즐거움에서 고통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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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경민 ]


        ▲사진 출처: 페이스북


인터넷상에서 한때 ‘슬픈 배달 음식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공감을 얻은 바 있다. 배달 앱을 켜고 메뉴를 고를 때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것 같았으나, 막상 음식이 도착해 한 입을 베어 물면 예상했던 것만큼 맛있지도, 즐겁지도 않은 허무함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비단 음식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멍하니 스마트폰 숏폼 영상을 넘기며 ‘이제 그만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손가락을 멈추지 못하곤 한다.


분명히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고 원했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왜 정작 그 순간에 우리는 '즐거움' 대신 '공허함'을 느끼는 것일까? 이는 우리 뇌가 '좋아하는 것(Liking)'과 '원하는 것(Wanting)'을 처리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 VS 원하는 것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당연히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직관적으로 보면 매우 타당한 논리다. 좋아하지도 않는 대상에 열정을 쏟거나 비용을 지불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두 감정은 서로 다른 신경 회로를 통해 작동한다. 


‘좋아하기(Liking)’는 대상으로부터 얻는 주관적인 즐거움과 만족감을 의미한다. 반면, ‘원하기(Wanting)’는 그것을 얻기 위해 행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추동력, 즉 동기를 뜻한다. 현재 많은 연구자는 우리 뇌가 이 두 가치를 신호화하기 위한 분리된 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즉, 어떤 대상을 미친 듯이 갈망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얻었을 때 별다른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생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도파민 수치를 높이는 약물인 페르골라이드(pergolide)를 투여받은 코카인 중독자들을 관찰한 결과, 이들은 약물 투여 후 코카인에 대한 갈망(Wanting)은 증가했으나 정작 코카인으로 인한 도취감(Liking)의 증가는 없었다고 보고했다(Haney, Foltin & Fischman, 1998). 이는 도파민계를 자극할 때 우리가 '더 원하게' 될 뿐, 그것이 반드시 '더 좋아하는' 상태로 이어지지는 않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갈망은 우리를 초조하게 만든다


이처럼 '원하기'와 '좋아하기'의 괴리가 발생하는 중심에는 우리가 흔히 오해하고 있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자리 잡고 있다. 흔히 도파민을 ‘쾌락의 물질’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도파민은 쾌락 그 자체가 아니라, 쾌락을 ‘추구하게끔’ 만드는 물질이다. 도파민이 분출되는 상태는 평온한 행복감이 아니라, 오히려 목표를 달성하기 전의 긴장감과 초조함에 가깝다. 즉, 도파민은 우리에게 특정 대상을 획득하도록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도파민에 의한 강렬한 ‘원하기’ 감정은 즐거움이 아니라 일종의 ‘괴로움’에 가깝다. 우리는 이것을 ‘갈망’이라 부르며, 이 상태가 신체화되어 나타날 때 ‘금단 증상’이라는 고통을 겪게 된다. 배달 음식을 기다릴 때의 조급함이나 숏폼 영상을 넘길 때의 강박적인 손놀림은 즐거움의 표현이라기보다, 채워지지 않는 갈망에 시달리는 뇌의 비명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는 '원하는 마음'에 속아 실제로는 나를 즐겁게 하지도 않는 행위에 에너지를 과도하게 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뇌는 갈망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칠 수 있으며, 그 끝에 남는 것은 만족이 아닌 탈진 뿐이기 때문이다.



행동도 뇌를 바꾼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중독’이라는 단어를 꽤 가볍게 사용한다. 하지만 그 가벼운 말이 “내가 정말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의 중독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쓰이지는 않는다. 대개는 ‘내가 이걸 좀 많이 좋아해’ 정도의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약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뇌의 관점에서 보면 행위 중독 또한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도박이나 게임과 같이 행위 중독을 잘 일으키는 요소들은 뇌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은 아니지만, 의존성 약물과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자극을 공급한다. 특히 현대 환경에서 중독의 유혹은 더욱 치명적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업무나 학습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게임만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클릭 한 번이면 할 수 있는 유혹을 참는 것’과 ‘하고 싶어도 접근할 수 없어 포기하는 것’은 뇌가 들여야 하는 정신적 힘의 차원에서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누구나 항상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접속이 가능한 오늘날, 유혹에 노출된 상태로 절제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고통을 수반한다.


우리가 ‘슬픈 배달 음식 증후군’에서 벗어나 진정한 만족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이것을 정말 ‘좋아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뇌의 도파민 회로가 만들어낸 ‘갈망’에 끌려다니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질문해야 한다. 그것이 중독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기술이다.



<참고 문헌>

1) Mark A. Gluck 외 2인(2019), 학습과 기억(제 3판) 뇌에서 행동까지, 시그마프레스

2) 이연경 (2024), 서강대학교 학습심리학 강의 내용, 개인 수강 기록에 근거함

3) 강웅구, 박선영, 안유석 저(2025), 도파민의 배신,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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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2-11 08: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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