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박정호는 그날 하루를
거의 혼자 보냈다.
김미경은 오전에 외출했고,
아들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집 안은
오랜만에 완전히 비어 있었다.
그는 그 고요함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다.
혼자가
더 편한 것 같았다.
점심은 대충 해결했다.
냉장고에 있던 반찬을 꺼내
밥에 올려 먹었다.
누가 차려준 것도,
누군가를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설거지도
미루지 않았다.
그것마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만족스러웠다.
오후에는
텔레비전을 끄고
아무 소리도 없는 채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생각은 많았지만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
혼자일 때는
마음이 흘러가도
붙잡을 사람이 없었다.
문득
핸드폰이 울렸다.
김미경이었다.
“오늘 저녁엔
밖에서 먹고 올게요.”
그 말에
박정호는 바로 대답했다.
“그래.”
짧은 통화였다.
끊고 나서도
그는 한동안
핸드폰을 내려놓지 않았다.
혼자인데도
완전히 혼자는 아닌 상태.
그 경계가
묘하게 불편했다.
해가 지자
집 안은 더 조용해졌다.
불을 켜지 않아도
어둠이 자연스럽게 내려앉았다.
박정호는
식탁에 앉아
컵에 물을 따랐다.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혼자는
편한 게 아니라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상태라는 걸.
김미경이 돌아온 건
밤이 꽤 늦어서였다.
“아직 안 잤어요?”
그녀가 물었다.
“응.”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혼자 있으니까 어때요?”
김미경의 질문은
가볍게 던진 것처럼 들렸지만,
관심이 섞여 있었다.
박정호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편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네.”
김미경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잠시 그의 옆에 앉았다.
말은 없었지만
그 자리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그날 밤,
박정호는
혼자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걸
처음으로 인정했다.
혼자는
피할 수는 있어도,
버틸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걸.
작가의 말 :
혼자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오래 지속되면
감정을 증폭시킵니다.
12화는 ‘고립을 선택하는 마음’과
그 이면의 외로움을 담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억눌렸던 분노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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