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이후의 시간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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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냄새는

언제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박정호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번호표를 손에 쥔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조용했다.


아픈 건

자랑할 일이 아니었고,

괜찮다는 말은

쉽게 믿기 어려웠다.


“정호 씨.”


이름이 불리자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걸음걸이가

괜히 더 느려졌다.

진료실 안에서

의사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전반적으로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 말에

박정호는

안도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마음은 따라오지 않았다.


“다만,

혈압이 조금 높고요.

무릎도 관리가 필요합니다.”


조금.

관리.


그 단어들이

그를 붙잡았다.


“나이에 비하면

흔한 편이에요.”


의사는 덧붙였다.

위로처럼.

박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흔하다는 말이

이상하게

더 불안했다.


병원을 나서며

그는 생각했다.

이제부터는

몸도

내 편이 아닐 수 있겠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계단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예전에는

숨을 고르지 않던 곳이었다.


한 계단,

한 계단.


괜히

호흡에 신경이 쓰였다.


집에 도착하자

김미경이 물었다.


“어땠어요?”

“괜찮대.”


그는 짧게 말했다.

늘 그렇듯.


“그래도

조심해야지.”


김미경의 말에는

걱정이 섞여 있었다.

박정호는

그 걱정이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걱정은

관심이지만,

동시에

약해졌다는 증거 같았다.


저녁을 먹고 난 뒤,

그는 거울 앞에 섰다.

주름이

분명히 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더 희어졌고,

눈빛은

조금 느려졌다.

몸은

정직했다.

시간을 숨기지 않았다.


박정호는

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낯선 존재처럼 느꼈다.

이제는

일뿐만 아니라

건강도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그날 밤,

그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프지 않다는 말보다

아플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노년은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조금씩

불안을 남기며

다가오는 거라는 걸

그는 알게 되었다.




작가의 말 :

은퇴 이후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의 몸을 바라보게 됩니다.

건강은 늘 곁에 있었지만,

의식하는 순간

불안이 됩니다.

14화는 ‘노화와 함께 시작되는 신체적 자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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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1-21 09: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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