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이후의 시간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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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는

저녁 무렵에 걸려왔다.

박정호는

처음엔 받지 않으려 했다.

모르는 번호였고,

그날은

괜히 사람 목소리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두 번째 울림에

그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정호야… 나다.”


목소리는

조금 갈라져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

최성만이었다.


“성만이?”

“응.

너한테 이런 전화

오랜만이지.”


그 말에

박정호는

괜히 웃었다.


“무슨 일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짧은 침묵이

왠지 길게 느껴졌다.


“영철이 말이야…

어제 갔다.”


그 말은

설명 없이도

의미를 가졌다.


박정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잠시 멈췄다.


“장례식은

모레야.”

“그래…”


그는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영철.


같은 반이었고,

같이 대학을 준비했고,

각자 다른 길을 갔던 친구.


언제부터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바쁘다는 이유로,

각자의 삶이 있다는 이유로.


그날 밤,

박정호는

잠들지 못했다.

영철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실이

더 괴로웠다.


장례식장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머리는 희어졌고,

등은 굽었지만

눈빛은 어딘가

예전 그대로였다.


“정호야.”


누군가가 불렀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이다.”


그 인사 속에는

반가움과 함께

시간에 대한

묵직한 인정이 섞여 있었다.

빈소 앞에서

박정호는

한참을 서 있었다.


국화꽃을 내려놓으며

그는 생각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다음에 보자고 말하며

미뤄온 걸까.


식이 끝나고

동창 몇 명이 모였다.


“이제 우리도

하나둘씩이네.”


누군가가 말했다.

웃으면서 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박정호는

그 말이

가슴에 남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씩 지나갔다.

마치

시간처럼.


후회는

그 순간에 오지 않았다.

선택을 할 때도,

미룰 때도 아니었다.

후회는

이미 지나가 버린 뒤에

조용히 찾아왔다.


집에 도착하자

김미경이 말했다.


“많이 힘들었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아직 괜찮은 거지?”


그의 질문은

뜬금없었지만

진심이었다.

김미경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지금은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날 밤,

박정호는

연락처를 다시 정리했다.

미뤄왔던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후회는

늦게 찾아오지만,

그 다음을

바꿀 수는 있다는 걸

그는

조금 늦게

깨닫고 있었다.




작가의 말 :

후회는

선택의 순간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16화는 ‘미뤄둔 관계와 남겨진 마음’을 다룹니다.

다음 화에서는

다시 사람을 만나기로 결심하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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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1-23 09: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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