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카페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사람들은 있었지만
각자의 테이블 안에만 머물렀다.
박정호와 오세진도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아 있었다.
“여기 자주 와?”
세진이 물었다.
“아니.
오늘이 처음이야.”
그 대답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처음이라는 말이
요즘 부쩍 늘었다.
커피가 나왔고,
둘은 잠시 말없이 잔을 잡았다.
말을 꺼내지 않아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정호는
이 자리를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 요즘…
생각이 좀 많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조용히 앉아 있었다.
“퇴직하고 나니까
사람들이
내가 괜찮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더라.”
그는
잔을 내려놓았다.
“나도…
괜찮은 척했고.”
세진은
그를 보며 말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면
아무도 모르게 돼.”
그 말이
그의 가슴을
정확히 찔렀다.
“맞아.
아무도 몰라.”
박정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집에서도
굳이 말 안 했어.
괜히 분위기 무너뜨릴까 봐.”
“그게 제일 힘들지.”
세진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확신이 있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고,
모른다는 건
도와줄 기회도 없다는 거야.”
박정호는
그 말에
한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는
지금껏
자신이 강하다는 걸
증명하려 애써 왔다.
하지만
강하다는 건
버티는 게 아니라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나 사실…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 무서워.”
그 말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다.
“오늘은 또
뭘 해야 하지 싶어서.”
세진은
놀라지 않았다.
“나도 그래.”
그 짧은 대답이
그를 안심시켰다.
같은 말을
같은 속도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카페를 나서며
세진이 말했다.
“다음에 또 보자.”
“그래.”
이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집에 돌아온 박정호는
김미경이 거실에 앉아 있는 걸 보았다.
“차 마시고 왔어.”
그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누구랑?”
“세진이.”
“어땠어요?”
박정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
요즘 좀 불안해.”
그 말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김미경은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줘서 고마워.”
그 말이
그를
조금 가볍게 만들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말하는 순간부터
관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걸
박정호는
이제야
알아가고 있었다.
작가의 말 :
많은 감정은
사라져서가 아니라
말해지지 않아서
쌓입니다.
20화는 ‘약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다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화해의 문턱에 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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