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아침 공기가
조금 달랐다.
박정호는
눈을 뜨자마자
그 변화를 느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몸이 먼저 알아챘다.
김미경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부엌에서
냄비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났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어제보다 부드러웠다.
“응.”
박정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급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제는
불안이 아니라
선택처럼 느껴졌다.
식탁에는
간단한 아침이 놓여 있었다.
토스트와 계란,
그리고 커피.
“오랜만이네.”
그가 말했다.
“당신 좋아하잖아.”
김미경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말이
괜히 마음에 남았다.
여전히
누군가는
자신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난 뒤,
박정호는 말했다.
“오늘…
주민센터 가볼까 해.”
김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짧은 대답이었지만
반대도,
걱정도 없었다.
그는
그 반응이 고마웠다.
센터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전보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정호 씨!”
어제 만났던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오늘도 오셨네요.”
“네.”
박정호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이제는
‘왔습니다’가 아니라
‘왔네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
강의는
특별할 것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그를 살아 있게 만들었다.
쉬는 시간에
누군가 말했다.
“요즘 집에만 있으면
더 늙는 것 같지 않아요?”
사람들이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자조와 공감이 섞여 있었다.
박정호는
그 웃음에
처음으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래서 나왔어요.”
그 말은
변명도,
포장도 아니었다.
그냥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속도가 달라질 뿐이었다.
집에 들어오자
김미경이 말했다.
“얼굴이 밝아졌어요.”
“그런가.”
그는 웃었다.
“사람들 좀 만나니까
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김미경은
그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럼 됐네.”
그날 저녁,
박정호는
베란다에 서서
바람을 느꼈다.
살아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을 해내는 게 아니라,
오늘 하루를
몸으로 느끼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다시 시작할 이유는
충분했다.
작가의 말 :
은퇴 이후의 삶은
끝이 아니라
속도의 변화입니다.
22화는 ‘존재감을 회복하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새로운 배움과 도전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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