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이후의 시간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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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가

조금 달랐다.


박정호는

눈을 뜨자마자

그 변화를 느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몸이 먼저 알아챘다.


김미경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부엌에서

냄비 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났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어제보다 부드러웠다.


“응.”


박정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급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제는

불안이 아니라

선택처럼 느껴졌다.


식탁에는

간단한 아침이 놓여 있었다.

토스트와 계란,

그리고 커피.


“오랜만이네.”


그가 말했다.


“당신 좋아하잖아.”


김미경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말이

괜히 마음에 남았다.


여전히

누군가는

자신의 취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난 뒤,

박정호는 말했다.


“오늘…

주민센터 가볼까 해.”


김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지.”


짧은 대답이었지만

반대도,

걱정도 없었다.

그는

그 반응이 고마웠다.


센터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전보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정호 씨!”


어제 만났던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오늘도 오셨네요.”

“네.”


박정호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이제는

‘왔습니다’가 아니라

‘왔네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


강의는

특별할 것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그를 살아 있게 만들었다.


쉬는 시간에

누군가 말했다.


“요즘 집에만 있으면

더 늙는 것 같지 않아요?”


사람들이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자조와 공감이 섞여 있었다.


박정호는

그 웃음에

처음으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래서 나왔어요.”


그 말은

변명도,

포장도 아니었다.

그냥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속도가 달라질 뿐이었다.


집에 들어오자

김미경이 말했다.


“얼굴이 밝아졌어요.”

“그런가.”


그는 웃었다.


“사람들 좀 만나니까

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김미경은

그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럼 됐네.”


그날 저녁,

박정호는

베란다에 서서

바람을 느꼈다.


살아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을 해내는 게 아니라,

오늘 하루를

몸으로 느끼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다시 시작할 이유는

충분했다.




작가의 말 :

은퇴 이후의 삶은

끝이 아니라

속도의 변화입니다.

22화는 ‘존재감을 회복하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새로운 배움과 도전을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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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2-03 11: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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