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사진 한 장을 저장하는 데
박정호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썼다.
손가락이 자꾸 엉뚱한 버튼을 눌렀고,
화면은 원하던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포기하지 않았다.
“여기 누르시면 돼요.”
강사의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천천히,
한 번 더.
화면이 바뀌었다.
사진이
갤러리에 저장되었다는 표시가 떴다.
박정호는
잠시 그 화면을 바라보았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사진 한 장.
누구에게나
아무 의미 없을 수 있는 일.
하지만
그에게는 달랐다.
“됐다.”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서며
사람들이 말했다.
“오늘은 좀 된 것 같죠?”
“그러게요.”
박정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등이 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일부러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까 저장한 사진을 다시 열어보았다.
화면 속에는
강의실 창가가 담겨 있었다.
햇빛이 들어오던 자리,
먼지가 조금 떠 있던 공기.
그 순간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김미경이 물었다.
“오늘은 어땠어요?”
“이거 봐.”
박정호는
말 대신
사진을 보여주었다.
김미경은
잠시 화면을 보다가
웃었다.
“잘 찍었네.”
그 말이
그를
더 기분 좋게 했다.
“내가 찍은 거야.”
그는
괜히 덧붙였다.
김미경은
그를 보며 말했다.
“당신,
요즘 표정이 달라졌어.”
“그래?”
“응.
조금… 살아 있는 얼굴이야.”
그 말에
박정호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괜히
목이 메었다.
저녁을 먹고 난 뒤,
그는 노트를 꺼냈다.
‘오늘 한 일’
그 아래에
짧게 적었다.
‘사진 한 장 저장.’
적고 나서
그는 잠시 멈췄다가
한 줄을 더 추가했다.
‘혼자 해냈음.’
아주 작은 성취감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충분했다.
그날 밤,
박정호는
오랜만에
자기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대단한 성취는 아니었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간 하루였다.
작가의 말 :
성취는
늘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 해냈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24화는 ‘작지만 확실한 전진’을 담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도움 주는 사람이 되는 경험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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