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서재

강의실 문을 여는 순간,
박정호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다.
이번엔
참여자가 아니라
진행자였다.
앞줄에는
스마트폰을 꼭 쥔 어르신들이 앉아 있었고,
뒷줄에는
다른 봉사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그는
의식적으로 말을 고르며 말했다.
자신이
처음 이 자리에 앉았을 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아직 긴장한 얼굴이었다.
수업은
매끄럽지 않았다.
중간중간
질문이 끊겼고,
설명이 길어지기도 했다.
“아이고,
이거 또 없어졌네.”
한 어르신이 말했다.
박정호는
그 곁으로 다가갔다.
“괜찮아요.
다시 같이 해볼게요.”
그는
손을 가리키며
차분히 설명했다.
자신도
같은 실수를 했었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강의실 안에
웃음이 흘렀다.
누군가의 실수에
다른 누군가가 웃고,
그 웃음이
민망함이 아니라
안심으로 이어졌다.
쉬는 시간,
봉사자 중 한 명이 말했다.
“정호 선생님,
분위기 잘 잡으시네요.”
그 말에
그는 괜히 손을 내저었다.
“저도
배우는 중이에요.”
그 대답은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수업이 끝날 무렵,
한 어르신이 다가와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요.
집에 가서
손자한테 보여줄게요.”
그 말에
박정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가만히 붙잡았다.
정리 후,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강의실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공기는 달라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박정호는
이상하게도
피곤하지 않았다.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에너지를 쓰는 일이 아니라,
에너지를 나누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자
김미경이 물었다.
“어땠어요?”
“좋았어.”
그는
짧게 대답했다.
“혼자였으면
못 했을 것 같아.”
김미경은
그 말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그날 밤,
박정호는
노트에 적었다.
‘함께하는 시간은
혼자보다
천천히 가지만
멀리 간다.’
그 문장을 적고 나서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이제
끝이 보이고 있었다.
끝이 아니라,
정리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작가의 말 :
사람은
혼자서도 살 수 있지만
함께할 때
비로소 길을 만듭니다.
29화는 ‘관계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야기의 마지막,
하루를 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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