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영
[한국심리학신문=정서영 lotus2828@naver.com]
자기 PR의 시대,
누구보다 빨리 뛰는 심장을 가졌다면
대학생이 되면 졸업하기 전까지 자기소개를 지나치고 졸업하기는 쉽지 않다. 대학에 처음 입학한 신입생이라면 첫 수업 시작 전 간단하게라도 자기소개를 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혹은 개강 총회와 같은 어색함을 풀고 조금 더 친밀해지며 알아가자는 목적을 가진 자리에서는 본격적인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전공이 아닌 교양 수업 같은 경우에는 팀플이 있기도 해서 운 좋게 발표를 피해 갈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발표를 해야 하는 인사이드 아웃 캐릭터 중 ‘소심이’를 닮은 친구들이 해마다 있을 것이다. 사실은 대학생뿐만이 아니다. 초등학교에 입학과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 가창 시험이나 영어 말하기 수행평가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엔 취업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끔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좋든 싫든 타고난 성향이 어떠하든지 간에 끊임없이 자신을 어필하고 드러내야만 하는 것이 현재 시대의 모습이다.
발표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끔찍하게 느껴지는 일명 ‘소심이’들은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발표 전날부터 머릿속은 온통 발표 생각뿐이고 그것도 최악의 상황만을 가정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린다. 발표 당일이 되면 손발이 차가워지고 입에는 침이 마르고 식은땀이 흐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스트레스의 증상이 나타난다. 어느덧 시간이 다가와 피할 수 없이 앞으로 나가게 되면 곧바로 손이나 다리가 컨트롤할 수 없게끔 떨려오고 염소 목소리를 갖게 되는 경험 말이다.
떨리는 몸과 목소리는 멈추려는 의지가 통하지 않고 인지하면 인지할수록 더 심하게 드러난다. 그렇게 긴장과 불안으로 인해 발표를 망쳤던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떨리기 시작하면 떨리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해서 얼굴까지 빨개져 본 사람이라면 지금쯤 이 글을 읽으면서 잊고 싶었던 끔찍한 상황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왜 발표는 이렇게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발표와 주목은 언제나 함께 하는 딸려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발표하는 입장이 되는 순간부터 주목과 여러 시선을 받게 되고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 역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이제는 시선으로부터 왜 자유롭지 못한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해진다. 『프로이트의 의자』의 저자인 정신분석가 정도언은 해당 책에서 ‘수줍음은 이상한 자기애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보이고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다른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믿음이다’는 안드레 두뷰스의 말을 인용하며 수줍음을 타는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이유는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골몰하는 것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머릿속에서 실제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거나 바라보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반응이라기보다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결과로서 해석한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단어 ‘자의식 과잉’과도 같다. 현실의 상황보다 머릿속 즉 개인의 의식 속에서 상황이 더 커져서 현실을 잡아먹는 주객전도의 상황으로도 보인다. 저자는 그 상황 속에서 빠져나오는 해결책으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어떠한 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며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바쁘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표현하면 무관심하다고 부정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되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주저하거나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도리어 해방의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개인이 브랜드가 되어가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이전 보다 모호해진 현재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당당하게 소개하고 PR 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순간들을 쉽게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중요한 순간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시선의 감옥에 갇혀 자신을 억누르게 된다면 그 억눌린 감정들은 언제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모른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나면 후회하고 남을 원망하며 아파할 수도 있다. 자책을 통해 이미 아픈 곳을 더 아프게 찌를 수도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주목받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이라면 자기 PR 홍수의 시대 속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앞서 말한 수줍음이 이상한 자기애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되짚어보면 자기애로부터 비롯된 자신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중요할 것이라는 믿음이 떠오른다. 이 믿음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자기애를 비롯된 믿음이 결국 자신을 공포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데에 쓰는 것보다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앞서 말한 『프로이트의 의자』에서는 주목받는 것이 두렵다면 우선 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이 되면 심장은 더 빠르게 뛴다. 그러나 긴장이 되고 두렵다는 것은 실패가 눈앞에 있다는 뜻이 아니며 오히려 몸이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보내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렇게 미친 듯이 빨리 뛰는 심장 소리를 응원의 소리로 즐기게 된다면 공포의 상황을 도리어 각성하게 되는 즐거운 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도 쿵쿵 뛰는 심장 소리가 들리는가? 그렇다면 자기 몸 안에 있는 응원단이 쉬지 않고 몸의 주인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잘하라고 보내는 응원도 맞지만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는 믿음의 소리에 가깝게 들린다.
참고문헌
정도언. (2020). 프로이트의 의자. 지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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