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소
[한국심리학신문=강미소(kmsan0407@naver.com)]

받아쓰기도, 편지도, 소풍도 다 금지라고요?
'선생님께 편지를 드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라는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제는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마저 편지를 쓴 애들만 더 편애한다는 민원 때문에 선생님은 학생이 쓴 편지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일 외에도 많은 초등학교에서 소풍을 가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결정은 소풍 중에 일어나는 사고나 학부모의 민원을 교사가 오로지 책임을 떠맡기 때문이었다.
민원으로 인해 소풍만 금지된 것이 아니다. 받아쓰기, 축구는 물론이고 심지어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며 상장을 교무실에서 따로 주기까지 한다. 이렇게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자녀에 대한 걱정이라는 이름의 과보호에서 시작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생활은 세상과 소통하고 부딪히며 사회성을 기르는 연습 과정이다.
하지만, 부모의 지나친 개입은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갈등에 대처하는 경험을 얻기 어렵게 한다. 자녀를 위한 과보호가 결국 자녀에게 독이 되어 역설적으로 인생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과보호가 불러일으킨 자녀의 불안
아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문제에 도전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해결한다. 이런 경험은 곧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인 유능감을 높일 수 있다. 높은 수준의 유능감은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유능감은 아이에게 매우 중요하다.
불안이 높은 아이는 유능감이 낮아진다. 이런 경우, 새로운 상황이나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가진다. 높은 불안의 원인은 부모의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다. 과보호하는 부모는 자녀가 받아쓰기에서 0점을 받거나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 등 비교적 덜 위험한 상황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부모의 반응이 반복되면 아이도 애매한 상황을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 불안이 높아진다.
과보호 양육은 자녀가 스스로 갈등을 대처하는 기회를 대신해 해결한다. 이런 모습은 아이가 또래와 상호작용을 시작하고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될 때, 또래와 부적절한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아이는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유능감이 낮아진다. 결국에는 낮은 사회적 능력 발달로 이어진다.
‘실패할 권리'를 잃은 아이들, 낮아지는 자아탄력성
부모가 과보호적이고 지나치게 염려하는 양육 방식은 청소년기 자녀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과보호 양육을 받은 청소년기 자녀는 자아 탄력성이 낮아질 수 있다. 자아 탄력성이란 적절한 감정 조절을 돕고, 스트레스와 좌절의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김원영. 2017) 과도한 통제는 자아 탄력성이 낮아질뿐더러, 사람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이런 자신을 무능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위축을 경험한다. 사회적 위축을 겪는 청소년은 정서적,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기에 정신질환과 우울감으로 발전하기 쉽다.
청소년기는 자신에 대한 긍정적 정체성과 대인 관계를 만들고 진로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기도 하다. 청소년은 친구 관계, 성적, 가족, 외모 등 다양한 사회 요소로부터 영향받기 때문에 무엇보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중요하다.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와 긍정적인 정서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와의 긍정적 관계를 통해 만족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녀는 부정적 정서를 견뎌내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사회성과 정서발달, 그리고 정서 조절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김원영, 서봉언, 김경식, 2017)
불안과 의존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대학교에서도 부모의 과보호가 문제가 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 교수, 조교에게 자녀의 성적이 이렇게 나올 수 없다며 항의하거나 시간표를 대신 짜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인 대학생들이 여전히 부모의 과보호 아래에 있는 것이다. 이런 사례의 원인은 시대가 변하면서 청년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게 재정적, 정서적 지지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양육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과보호 양육이 성인인 자녀에게 여전히 이어지는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관계나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의존하게 된다. 결국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회피하고 두려워하는 대인 불안으로 이어진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단계에 따르면 대학생이 해당하는 청년 시기에는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부모가 아닌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보호 양육을 받은 자녀는 타인과의 친밀감 형성을 회피해 외롭고 고립될 수 있다.
실패하고 상처받아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전문가들은 적절한 양육은 자녀의 안전을 위해 보호하고 자녀의 발달을 위해 시행착오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모두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일상에서 겪는 문제와 갈등을 스스로 극복했을 때 자율성과 주도성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정영선. 2021)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문제와 갈등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점차 스스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실패할 권리를 빼앗는다.
당연히 모든 부모는 자녀가 아프거나 상처받지 않고, 건강히 성장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실패하고 상처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건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극복하고 다시 나아가는 것이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넘어지지 않게 하거나 업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갖게 해야 한다.
1) 정영선. (2021). 어머니의 과보호 양육이 유아의 사회적 능력에 미치는 영향: 유아 불안의 매개효과. 아동학회지, 42(5), 641-653.
2) 구세정. (2016). 대학생이 지각한 부모양육태도가 대인불안에 미치는 영향 : 거부민감성, 자기제시동기의 매개효과 [석사학위논문, 서울여자대학교]. http://www.riss.kr/link?id=T14151354
3) 김원영, 서봉언, 김경식. (2017). 과보호 양육, 자아 탄력성 및 사회적 위축이 남녀 청소년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문화포럼,, 41-69. 10.17854/ffyc.2017.07.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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