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은
[한국심리학신문=전세은 rio_88@naver.com]
이미지 출처: 구글
새 학기가 시작된 대학교 식당이나 도서관을 둘러보면, 무리 지어 앉기보다 홀로 자리를 잡은 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혼밥, 혼공, 혼놀. 대학가와 일상 곳곳에서는 ‘혼자 문화’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평범한 일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외롭거나 사회성이 부족한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시선이 달라졌다. 타인의 스케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이는 주도성, 그리고 원하는 활동에 깊이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이 혼자만의 시간이 가진 뚜렷한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1인 문화에는 묘한 모순이 숨어 있다. 혼자를 선택했음에도 SNS를 통해 타인의 일상을 끊임없이 들여다본다는 사실이다. 혼밥 중에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넘겨보고, 혼자여행 중에도 여행지 인증샷을 업로드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에 혼자가 낫다고 여기면서도, 디지털 세계에서는 끊임없이 남의 삶을 엿보려는 이 이중적인 태도는 현대인의 내면 심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혼자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지는 못한다. 오히려 홀로 있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 패턴은 심리학의 사회 비교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 Leon Festinger가 제안한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나 처지를 가늠할 객관적 척도가 마땅치 않을 때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기 자신을 평가하려는 본능적인 성향을 갖는다. 다시 말해, 비교는 의식적인 선택이라기보다 인간에게 내재된 근본적인 심리 작용에 가깝다.
누구나 자신이 사회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에 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비교가 주로 가족이나 친한 친구, 직장 동료처럼 실제로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SNS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오늘날, 비교의 범위는 훨씬 더 광범위해졌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낯선 사람의 여행 사진, 친목 활동, 취미, 성과 같은 다채로운 일상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러한 콘텐츠에 노출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자신의 현실과 견주어 보게 된다.
그러나 이 비교가 긍정적인 자극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남들의 삶이 유독 화려하고 완벽해 보일수록 내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열등감이 생겨나고, 이는 우울한 감정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뚜렷한 신념이 없는 이들일수록 이러한 부정적 감정에 더 쉽게 흔들린다.
결국 현대인은 직접적인 만남에서는 한 발짝 물러서면서도, 온라인이라는 통로를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는 연결 방식을 선택한다. 관계에서 오는 부담은 줄이되 사회적 정보는 지속적으로 흡수하는,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다만 이처럼 사회적 비교가 지속되고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수록, 개인이 느끼는 정서적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특히 오늘날처럼 다양한 인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환경에서는, 상대방의 기대에 맞추고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심리적 피로가 서서히 쌓이기 쉽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사회적 번아웃(Social Burnou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회적 번아웃이란 지속적인 사회적 교류와 관계 유지 과정에서 정서적 에너지가 고갈되고 심리적 피로감이 누적되는 상태를 뜻한다. 갈등을 피하려고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관계가 끊기지 않도록 꾸준히 연락을 이어 가는 일은 겉으로는 사소해 보여도, 반복되다 보면 상당한 내면의 소모를 불러온다. 더욱이 SNS를 통한 소통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더 광범위하게, 더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관계에서 비롯된 피로감을 덜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택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단절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의 직접적인 관계에서는 거리를 두면서도 온라인에서는 타인의 일상을 지켜보며 느슨한 연결을 유지하려는 것, 이것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취하는 관계 방식의 특징이다. 깊고 긴밀한 유대보다는 가볍고 부담 없는 연결을 선호하는 새로운 소통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은 그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혼자 있음, 즉 고독(Solitude)은 정서적 충전과 자기 이해로 이어진다. 반면 원하지 않는 단절인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은 외로움과 우울을 동반한다. 겉으로는 똑같이 '혼자'지만, 심리적 질은 정반대다.
관계 피로 속에서 선택한 혼자가 회복이 되느냐 손상이 되느냐는,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달려 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은 진정한 고독이다. 하지만 SNS 피드를 넘기며 비교와 불안 속에 보내는 시간은, 혼자인 척하는 또 다른 소진일 수 있다.
수백 명의 팔로워보다 한 명의 진솔한 대화 상대가, 완벽해 보이는 피드보다 불완전하지만 진짜인 오늘의 내가, 번아웃에 지친 현대인에게 더 깊은 회복의 힘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신지원, 양현, & 박혜연. (2024). 대학생의 사회적 관계가 정신건강과 시간 관리에 미치는 영향: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중심으로. 대한작업치료학회지, 32(3), 89-101.
2) 전란영. (2024). 한국인의 자기결정적 고독 동기의 연구동향.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4(17), 643-662.
3)이정숙, 오종열. (2019). 현대인의 혼밥 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 13(5), 15-24.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2133
안녕하세요. 전세은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