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희

[한국심리학신문=조찬희(byliner_cho@naver.com)] 스마트폰으로 SNS 숏폼 탭을 넘기다 보면 비슷한 내용의 영상이 반복적으로 추천되곤 한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콘텐츠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특정 이슈에 관심을 보이거나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와 비슷한 성향의 정보가 계속 화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좌편향된 콘텐츠가 계속 등장하고,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우편향된 콘텐츠가 계속 추천된다.
이처럼 최근 온라인 환경에서는 사용자의 클릭, 시청 시간, ‘좋아요’와 공유 등과 같은 SNS 내 활동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결과, 각자의 SNS 탐색 탭에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즉 자신의 관심사와 성향에 맞는 콘텐츠가 더 많이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성향과 맞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그 성향이 보편적인 의견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을 미디어 효과 이론에서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부른다. 필터 버블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이용자에 맞추어 필터링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이미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이용자가 접하는 정보의 범위는 점차 좁아지고, 기존의 관심사와 일치하는 정보만 더욱 강화되는 환경이 형성된다.
그러나 이 현상은 단순하게 알고리즘의 문제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에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고, 반대되는 정보에는 더 높은 벽을 세워 배척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러한 인간 본성과 알고리즘이 결합되었을 때, 인간의 정보 소비 패턴은 점점 한 방향으로 편향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인지적 경향을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설명한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의 가치관이나 기존의 신념 혹은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인간은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완전히 중립적인 상태에서 판단하기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경험과 신념, 즉 배경 지식을 기준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배경 지식과 일치하는 정보는 비교적 쉽게 수용하며 받아들이지만, 반대되는 정보는 인지적 불편함으로 인해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확증 편향으로 인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는 근거에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해석한다.
확증 편향은 정보 해석 과정뿐만 아니라 정보 탐색 과정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자 할 때, 자신의 주장을 뒷받츰하는 근거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반면, 자신의 생각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찾는 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곤 한다.
또한 확증 편향으로 인해 동일한 정보·사실을 접하더라도 각자가 가진 신념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 결과 같은 사건을 두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사자성어로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정당화한다는 뜻이다. 결국 같은 사실 앞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생각으로 억지로 맞추어 넣는 방식로 사실을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확증 편향은 SNS의 알고리즘과 결합할 때 더 강력해진다. 이용자의 활동으로 축적된 데이터로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주로 노출시킨다. 이용자는 알고리즘이 추천한, 자신의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반응은 다시 데이터로 축적되며 알고리즘이 계속 유사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근거가 된다. 다시 말해서 이용자의 선택적인 정보 소비와 알고리즘의 데이터 축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특정 성향의 정보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확증 편향과 알고리즘의 결합 현상은 ‘반향실 효과(echo chamber)’로 설명할 수 있다. 반향실 효과란 미디어에서 전하는 정보가 정보 이용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신념만으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증폭되고, 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수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생각과 유사한 콘텐츠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공유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같은 성향의 정보가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그 결과, 이용자는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접하기보다 비슷한 생각이 반복되는 정보 환경 속에 머물게 되고, 다른 관점을 접할 기회는 점차 사라진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의견이 반복적으로 공유되는 환경에서는 특정 성향이 실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의견처럼 보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 다수의 의견과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의견 표현을 주저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설명된다.
침묵의 나선 이론은 사람들이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다수 의견과 다른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말한다. 반복적으로 특정 의견에만 노출되면 마치 사회 전체의 여론처럼 인식되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보다 침묵을 선택한다. 그래서 결국 소수 의견은 점점 보이지 않고, 다수 의견만이 남아 실제보다 더 강한 여론처럼 확대되어 나타난다.
최근 한국 사회에는 확증편향과 알고리즘으로 시작된 반향실 효과, 침묵의 나선 이론 효과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교환하기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기보다 각자 입장이 더 공고해지고, 사회의 여론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뉘어진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다양한 관점의 정보를 균형있게 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자신에게 보여지는 콘텐츠가 어떤 방식으로 추천되는지 확인하고 서로 다른 의견도 귀기울여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가 건설적인 논의 없이 각자의 입장만 강화하기 위해 충돌할 것이다.
배가 한 쪽으로만 무게가 쏠리면 균형을 읽고 기울어지듯, 정보 역시 다양한 관점이 사라질수록 한 방향으로 치우치게 되고, 결국은 침몰한다. 다양한 관점의 목소리가 함께 존재할 때 비로소 사회라는 배는 균형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