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은 마약을 시작하는가: 사회학습 vs 자기통제
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박찬미 (pcm4329@naver.com)]



마약 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아직도 개인의 도덕성이나 의지 부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마약이 퍼지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복잡함이 있다. 요즘은 평범한 대학생이나 직장인, 심지어 청소년들까지도 마약에 손을 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런 현상을 보면, 마약 문제가 개인의 일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나 개인의 심리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처음 마약을 하게 될까? 이 질문에 답하는 대표적 이론이 바로 사회학습 이론과 자기통제 이론이다.

 

사회학습 이론은 인간의 행동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본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누군가의 행동을 지켜보고 따라 하면서, 그 행동이 보상을 받을 때 자연스럽게 익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마약 사용도 단순히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만남과 영향이 쌓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마약 경험이 ‘재미있는 일화’나 ‘특별한 경험’으로 여겨지고 공유된다면, 한 사람은 그것을 위험한 행동으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사회적 경험이나 추억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요즘에는 SNS 같은 디지털 환경 덕분에 이런 인식 변화가 더 빨라진다. 마약 관련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어느새 그 행위가 일상적이고 별로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국내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드러난다. 마약에 대해 직접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마약이 자리한 ‘문화적 맥락’이다. 특히 특정 집단 안에서 마약 사용이 은근히 용인되거나 미화되면, 개인이 그 세계로 들어갈 가능성도 훨씬 높아진다. 결국 마약은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의미를 지닌 상징처럼 작용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왜 시작했는가”보다는 “어떤 환경 속에서 그런 행동이 자연스레 익혀졌는가”라는 질문으로 생각을 넓혀볼 필요가 있다.

 

반면, 자기통제 이론은 개인의 내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 이론에서는 범죄나 일탈 행동이 낮은 자기통제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자기통제가 약한 사람일수록 눈앞의 쾌락에 쉽게 끌리고, 그 행동의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깊이 고민하지 못한다. 마약은 이런 특성과 딱 맞아떨어진다. 짧은 시간에 강한 쾌감을 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부작용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독을 다룬 여러 연구를 보면, 마약을 반복해서 사용할수록 자기조절 능력이 점점 더 약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주변의 권유로 시작했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용을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 같은 감정이 클수록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마약을 선택하는 일이 더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마약은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니라, 감정을 다스리는 도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통제 이론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모두가 똑같이 충동적이라고 해도, 실제로 마약을 시작하는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각 개인의 취약성이 어떤 환경과 만나느냐다. 예를 들어, 사회적 지지가 부족하고 고립감이 심하며, 삶에 긍정적인 대안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낮은 자기통제력이 문제 행동으로 더 쉽게 이어진다. 반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도 주변에 든든한 관계와 지지가 있다면 마약 같은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훨씬 줄어든다.

 

국내 연구들에서도 마약 사용자들의 공통된 배경으로 사회적 고립, 인간관계의 단절, 낮은 자존감 등이 자주 언급된다. 이런 결과는 마약을 시작하는 일이 그저 순간적인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여온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결국 개인의 내적 요인과 외적 환경은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마약 사용에 이르게 한다.

 

결국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이유는 사회학습과 자기통제, 이 두 가지 축이 만나는 곳에서 살펴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학습 이론은 마약을 알게 되는 과정과 그 의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집중하고, 자기통제는 왜 어떤 사람이 스스로 그런 행동을 선택하고 반복하는지 설명해 준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두 이론이 함께 어우러질 때 조금 더 입체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시각은 마약 예방 정책에도 중요한 힌트를 준다. 그저 처벌을 세게 하거나 위험성만 강조하는 방식은 실제로 효과가 크지 않다. 오히려 또래 집단 문화, 미디어 환경, 친구 관계 같은 주변 환경을 바꿔 주는 한편, 개인이 스스로를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누구를 롤모델로 삼고 어떤 인간관계를 맺는지가 행동의 방향을 크게 바꾸기 때문에, 건강한 사회적 경험을 만들어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약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떤 분위기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그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영향을 받으며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일종의 거울이다. 그래서 “왜 저 사람은 마약을 했을까?”라고 묻기보다는,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드는 환경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에서 시작해야만 진짜로 마약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김영미 (2015).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과 스트레스 대처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에 미치는 영향 -자기통제력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자치행정학보, 29(1), 223 – 242.

2)오철우. (2020). 중독 치유를 위한 불교적 모델 연구. 한국불교학, 94, 369-395.

3) 유정은, 고현수, 신의규 and 박정희. (2024). 대학생의 자기통제, 시간관리행동과 SNS 중독 경향성이 학업지연행동에 미치는 영향. 문화기술의 융합, 10(5), 819-826.

4) 장관영 and 조미헌. (2008). 초등학생의 컴퓨터 게임 중독: 중독 실태와 자기통제 및 학교생활적응과의 관계. 정보교육학회논문지, 12(4), 459-467.

5) 홍현기, 김희송, 김진하 and 김종한. (2012). 한국판 단축형 자기통제 척도(BSCS)의 타당화 및 신뢰도 연구. 한국심리학회지:일반, 31(4), 1193-1210.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2190
  • 기사등록 2026-04-23 12:56:1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