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희

[한국심리학신문=조찬희(byliner_cho@naver.com)] 도서관의 공기가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책이 많아서가 아니다. 열람실을 가득 채운 수백 명의 예민함이 각자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의 열람실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불안’을 마주한다. 시험 일정이 확정되는 날부터 공부하는 시간 그리고 시험지를 제출하는 순간까지 학생들의 머릿 속엔 항상 불안이 함께 한다. 학생들은 시험지 앞에서의 두근거림이나 손바닥에 맺히는 땀방울, 집중을 방해하는 미래 걱정들을 없애야 할 골칫거리나 실패의 시발점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심리학은 이와 같은 긴장, 불안, 떨림은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신호가 아니라 시험에서의 성공을 돕는 영양제가 된다고 말한다.
* 여키스-도슨 법칙: 적달한 긴장이 만드는 최적의 수행 능력

긴장이 실제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키스-도슨 법칙’이란 1908년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Robert M. Yerkes)와 존 도슨(John Dillingham Dodson)이 개발한 이론으로, 인간의 감각·지각의 각성 상태와 과제 수행 능력 사이에는 역 U자 형태 관계가 성립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각성’이란 단순히 잠에서 깨어 있는 상태를 넘어, 긴장과 흥분, 집중이 결합된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수행 능력은 각성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계속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지점까지는 꾸준히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오히려 감소하는 ‘역 U자형’ 곡선을 그린다. 다시 말해서, 각성이 너무 낮은 상태에서는 당연하게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과제에 대한 몰입이 흔들리며, 반대로 각성이 지나치게 높아진 상태에서는 불안과 긴장이 사고를 압박하여 판단력이 흐려지고 실수가 잦아진다.
예를 들어서 시험을 앞두고 전혀 긴장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는 시험지의 문제를 읽는 데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산만해진다. 반대로 시험지를 받는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지나치게 긴장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시험을 준비한 상태라 할지라도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순간적으로 학습한 내용을 떠올리지 못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모든 불안 없이 완전하게 편안한 상태가 아니라 적절한 긴장이 유지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시험에 대입해 보면 시험 전의 불안은 단순히 없어져야 할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수행을 위한 워밍 업이라고 할 수 있다. 불안과 긴장은 우리의 몸과 뇌가 과제에 맞춰 스스로를 각성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 감정 재평가: 시험지 앞에서의 두근거림을 이용하라
그렇다면 같은 불안을 느끼면서도 누군가는 이를 극복하고 누군가는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차이는 누군가의 불안 감정이 더 큰가의 문제가 아닌 감정을 해석하는 데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불안과 흥분은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시험을 준비하며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모두 각자만의 방식으로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긴장을 ‘망할 것 같다.’는 불안 신호로 받아들이는 순간 뇌의 사고 회로는 위축되고, 반대로 ‘시험을 볼 준비가 되었다.’거나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해석하면 수행 능력은 오히려 향상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다른 의미로 재해석해내는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재평가(reappraisal)라고 부른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경영학 교수이자 『어떻게 말해야 사람의 마음을 얻는가』의 저자로 알려진 앨리슨 우드 브룩스(Alison Wood Brooks)의 연구에 따르면 시험이나 발표와 같은 상황에서 불안하다고 인식한 집단보다 흥분된다고 해석한 집단이 더 높은 수행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없애려는 시도보다 그 감정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불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신호로 받아들이느냐이다.
문제는 불안 그 자체가 아니다.
시험지를 받고 뒤집기 직전까지의 그 짧은 순간, 손 끝에서 느껴지는 떨림은 나의 시험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이 시험을 얼마나 중요하기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자, 시험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싸인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오는 감각은 실패의 전조가 아닌 몸이 시험에 맞춰 스스로를 각성시키고 있다는 증거이다. 문제는 이 신호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의미로 해석하는가에 달려있다. 같은 긴장도 누군가에게는 위축의 이유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집중을 끌어올리는 부스터가 된다.
우리는 종종 아무 불안 없이 평온한 상태를 최상의 상태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앞서 서술한 대로 아무런 긴장이 없는 상태에서는 오히려 집중이 흐트러지고 수행 능력 또한 떨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불안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긴장을 스스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다.
불안은 밀어내려 할수록 더 크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대신 그 감각을 인정하고 방향을 바꾸는 순간 긴장은 더 이상 방해물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불안을 밀어내려고 애쓰기보다 그 감각을 인정하며 방향을 바꾸는 일. 어쩌면 시험 기간을 앞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전공책의 수많은 지식보다도 이러한 감정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시험 전의 떨림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몸은 해낼 준비를 끝낸 상태이다.
* 참고문헌
1. Yerkes, R. M., & Dodson, J. D. (1908).
The relation of strength of stimulus to rapidity of habit-formation.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 and Psychology, 18(5), 459–482.
2. Brooks, A. W. (2014).
Get excited: Reappraising pre-performance anxiety as excitement.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3(3), 1144–1158.
3. Eysenck, M. W., Derakshan, N., Santos, R., & Calvo, M. G. (2007).
Anxiety and cognitive performance: Attentional control theory. Emotion, 7(2), 336–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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