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원
[한국심리학신문=이예원(happymind0904@gmail.com)]
대학 강의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이건 쉽죠?”, “다 이해하셨죠?", "넘어갈게요.”. 그러나 이 질문에 선뜻 답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질문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순간, 강의실에는 설명은 존재하지만 소통은 사라진다.

심지어 교수의 말에 답변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수업에 관련된 질문도 확연히 줄었다. 실제로 많은 교수들은 수업 중 학생들의 반응이나 대답, 질문들이 적은 것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쉽게 학생들의 열의 부족, 교수님의 강의 실력에서 찾고자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이라는 조직 구조와 그 안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특히 ‘권력거리’와 ‘지식의 저주’는 교수와 학생 간 일방향적 소통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먼저, 조직심리학에서 말하는 ‘권력거리(Power Distance)’는 상사와 하위 구성원 간의 심리적·사회적 거리감을 의미한다. 권력거리가 높은 환경일수록 하위 구성원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권력거리가 높은 문화에 속하며, 이러한 특성은 대학 강의실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 같은 구조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실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 분야 연구에 따르면 항공사고의 약 70%는 인적 요인, 특히 의사소통 부족에서 비롯된다. 1990년 발생한 Avianca 52 추락 사고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부기장은 연료 부족이라는 위험 상황을 인지했지만, 기장에게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권위적인 관계 속에서 발생한 ‘침묵’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 구조를 대학에 대입하면,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해도 질문하지 못하고, 교수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강의를 이어가는 상황이 반복된다.
여기에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는 교수의 인지적 편향이 더해진다면 문제는 심화된다. 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실험에서는 참가자가 박수로 특정 노래를 전달했지만, 이를 맞춘 사람은 3% 미만에 불과했다. 문제를 내는 사람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를 제대로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축적된 전문 지식은 설명을 더 명확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쉽게 설명했다”는 교수의 인식과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학생의 생각 사이에는 큰 간극이 발생한다.
결국 대학 강의실의 문제는 ‘지식의 저주로 인해 어려운 설명이 이루어지고, 권력거리로 인해 질문이 억제되는 구조’로 요약할 수 있다. 설명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피드백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일방향적 소통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설명 방식의 개선을 넘어, 수업의 ‘소통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학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보다 토론과 질문,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참여형 수업에서 학습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학생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에서 성취도가 향상되고, 학습 실패율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중요한 개념이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다. 이는 구성원이 비난이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질문을 망설이는 이유는 단순한 소극성이 아니라, 틀린 질문을 했을 때 받을 평가에 대한 부담과 위계적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수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결국 수업은 더 이상 ‘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작용’의 문제다. 지식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과 피드백 속에서 형성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수는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을 촉진하는 ‘조정자이자 촉진자(facilitator)’로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
항공 교육에서 권력거리를 낮추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유도하듯, 대학 강의실 역시 질문과 피드백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학생이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그리고 이해하지 못한 것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그것이 ‘쉬운 수업’을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참고문헌>
- 김은정·박성희. (2019). 대학생의 학습참여가 학습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례 연구
- 정진용. (2016). 권력 거리 [Power Distance]. 한국항공운항학회 2016년도 춘계학술발표대회, 225-227. Retrieved from https://koreascience.kr/article/CFKO201634662509366.pdf
- [성공예감] [행동경제학] 지식이 깊은 당신, 저주에 빠질 수 있다 - 주재우 교수 (국민대 경영학과) | KBS 231012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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