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비 피해 지원, 한국은 왜 제자리인가
기사 메일전송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비 피해 지원, 한국은 왜 제자리인가
  • 기사등록 2026-05-19 02:34:11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이예원(happymind0904@gmail.com)] 


사이비 종교 피해를 겪은 사람들이 집단을 떠난 뒤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있다. 사람을 믿기 어렵고, 일상의 인간관계에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으며, 스스로를 어딘가 실패한 사람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탈퇴가 곧 해방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잘못된 종교를 선택한 개인의 실수'로 보는 시각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국상담학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학대적 종교집단 탈퇴자들은 집단 내에서의 심리적 학대 경험으로 인해 외상사건충격을 겪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기 개념의 왜곡과 심리적 후유증이 심화될 수 있다. 피해의 본질이 금전 손실이나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자기 존재감과 인간관계의 구조 자체가 무너지는 데 있다는 뜻이다.


AI 이미지실제 탈퇴자들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집단을 벗어난 뒤에도 극심한 불안과 자책감, 사회적 위축이 이어지고, 기존의 삶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오랫동안 방황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심리학 전문지 보도에서도 지적됐듯이, 심리적 지배와 정서적 학대 경험한 피해자에게는 법률 상담이나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곡된 자기 인식과 공포 반응을 다시 들여다보고,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회복하며, 사회로 나갈 준비를 차근차근 밟는 과정이 실질적인 회복의 핵심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탈퇴 이후 심리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서적 공백과 소속 욕구 때문에 또 다른 유사 집단으로 끌려들어갈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심리 상담은 부수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재피해를 막는 가장 본질적인 보호 장치에 해당한다.



지금 한국의 제도는 이 문제에 어떻게 도움을 주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미흡하다.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피해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음에도 국가 차원의 조사·대응 기구도, 피해자를 위한 통합 지원 시스템도 없다. 피해자들이 대통령실에 전달한 법안 제안서에는 사이비 종교 피해대책위원회 신설, 지자체 내 신고 창구 설치, 탈퇴자의 사회복귀 지원이 포함돼 있었다. 피해자들 스스로 제도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현재 공공 인프라의 공백을 방증한다.


물론 범죄 혐의가 뚜렷한 사안은 경찰과 사법체계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피해자의 심리 회복과 일상 복귀를 전제로 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상담과 지원의 상당 부분이 민간 상담소와 피해자 단체의 몫으로 남아있는 구조다.


해외의 사이비 범죄 대처에 대한 대조적인 풍경


프랑스 정부는 2002년 사이비적 일탈 현상에 대응하는 전담 기구인 MIVILUDES를 설립했다. 이 기구는 피해 사례를 접수한 뒤 분야별 담당자가 내용을 분석하고, 전문 사회단체와 연계해 심리 상담과 가족 지원, 사회적 자립 지원을 제공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며, 전화·메일·직접 면담 등 다양한 경로로 상담이 이어지고, 필요할 경우 사회복지·법률 절차까지 연결된다.


AI 이미지핵심으로 지목된 것은 이 기구의 '인식론적 전제'다. 프랑스 모델은 사이비 피해를 '개인이 알아서 빠져나와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조기에 발견하고 회복을 도와야 할 공공의 정신건강 문제로 규정한다. 피해자를 '왜 빠졌는가'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겪었는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이 차이가 제도의 성격을 가른다.



한국은 이러한 갈등에 어떤 대처가 필요한가


사이비 종교 피해를 종교 갈등의 문제나 개인적 일탈로 좁혀보는 시각으로는 피해자의 실제 상처에 닿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심리적 학대와 복합외상, 사회적 고립의 문제로 다시 정의돼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국가 차원의 피해대책위원회 설치, 지자체 기반의 신고·상담 창구 마련, 정신건강 전문가와 법률·복지 기관이 함께하는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이 논의될 수 있다.


탈퇴는 피해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탈퇴 이후부터 진짜 회복이 시작된다. 그 회복의 시간을 피해자 혼자 감당하게 두는 사회가, 피해를 방치하는 사회와 얼마나 다른지 다시 물어야 할 때다.




<출처>

한국상담학회. (2023). 집단 내 심리적 학대경험과 외상사건충격 간의 관계 연구. 한국상담학회지.

권오경. (2023). 사이비 종교인화와 사이비 종교의 폭력성: 권오경(R.O. Kwon), 『인센...』을 중심으로.

노컷뉴스. (2025.12.08). "5년간 이단사이비 피해신고 4만건…피해자 구제 나서야".

노컷뉴스. (2025.06.30). "이단·사이비 피해자들, '가족 해체·인생 파괴…국가 차원의 규제 시급'”

국민일보. (2025.12.08).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사이비종교 대응법 필요'".

오마이뉴스. (2025.04.24). "프랑스 뒤집어 놓은 '신천지'... 충격적인 정부 공식보고서".




※ 심리학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에 방문해서 확인해보세요!

※ 심리학, 상담 관련 정보 찾을 때 유용한 사이트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심리학, 상담 정보 사이트도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 재미있는 심리학, 상담 이야기는 한국심리학신문(The Psychology Times)


TAG
2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2245
  • 기사등록 2026-05-19 02:34:1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