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은
[한국심리학신문=김영은 ]
chatgpt.com 1980년대의 청년은 오늘의 기성세대가 되었다. 지금의 청년도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젊은 사람들은 버릇이 없다.”
“요즘 어른들은 너무 답답하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문장이 특정 시대에만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그리고 2020년대에도 비슷한 말은 반복되어 왔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세대 간 갈등은 왜 계속되는 걸까. 더 나아가 지금의 청년 세대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기성세대와 비슷한 모습이 되는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한 세대 논쟁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가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주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연령효과(age effect) 와 세대효과(cohort effect) 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연령효과란, 사람이 살아가며 나이를 먹는 과정 자체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어느 시대에 태어났는가”와 별개로, 나이가 들수록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는 안정 지향성의 증가다. 젊은 시절에는 새로운 경험, 도전, 변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환경과 예측 가능한 일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다. 이는 단순히 성격이 굳어서가 아니라, 삶의 경험이 축적되며 위험을 피하고 이미 가진 것을 지키려는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로라 카스텐슨(Laura Carstensen)의 사회정서선택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시간이 무한하다고 느낄 때는 새로운 지식과 관계를 추구하지만, 남은 시간이 한정적이라고 느낄수록 정서적 안정과 의미 있는 관계를 더 중시하게 된다. 즉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과거의 청년 세대도 시간이 지나며 현재의 기성세대가 되었고, 오늘날의 청년도 미래에는 비슷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세대효과는 한 세대가 살아온 시대적 경험이 성향을 만든다는 이론이다. 같은 20대라도 1980년대 청년과 2020년대 청년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다.
1980년대 청년은 산업화, 민주화,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조직과 공동체의 가치가 강했고, 안정된 직장과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목표로 여겨졌다.
반면 2020년대 청년은 디지털 환경, 글로벌 문화, 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성장했다. SNS를 통해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고, 정해진 성공 공식보다 자기만의 삶을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의 사회학자 칼 만하임은 이미 1928년, 세대는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금의 청년 세대는 과거 청년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늙어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미래의 노년층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할 수 있다. “기술에 약한 노인”이라는 기존 이미지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미래 세대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노년을 맞이하게 될까. 아마도 겉모습은 달라지겠지만, 심리적 구조는 비슷하게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노년층이 TV와 신문을 고집했다면, 미래 노년층은 자신들이 익숙한 플랫폼이나 디지털 문화를 고수할 수 있다.
과거 세대가 “요즘 음악은 시끄럽다”고 말했다면, 미래 세대는 “요즘 AI가 만든 콘텐츠는 감성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즉 무엇을 지키느냐는 달라져도, 익숙한 것을 지키고 낯선 것을 경계하는 심리는 반복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현상 유지 편향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변화가 클수록 저항감이 커진다. 나이가 들수록 축적된 경험과 자산, 관계가 많아지기에 변화의 비용도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세대 갈등을 “요즘 젊은 세대가 문제다”, 혹은 “기성세대가 시대에 뒤처졌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생애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겪는 긴장일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아직 잃을 것이 적기에 변화를 지지하고, 기성세대는 지켜야 할 것이 많기에 신중해진다. 둘 중 누가 옳고 그르다기보다, 서로 다른 삶의 위치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대 갈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를 비난하는 언어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이해하려는 태도다. 지금의 청년은 미래의 기성세대가 되고, 지금의 기성세대도 한때는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청년과 2020년대 청년은 분명 다르다. 살아온 시대도, 문화도, 사용하는 기술도 다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안정과 익숙함을 추구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기성세대의 모습 속에는, 어쩌면 미래의 우리 모습도 일부 담겨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으로 바뀐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 비판하는 모습을 결국 닮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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