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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백채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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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때때로 자연스럽게 사실을 말하는 대신, 모르는 정보를 이미 안다고 대답하거나 A가 사실인 상황에서 B인 것처럼 말해버리는 작은 거짓말을 선택할까.

 

대부분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맞닥뜨린 긴장감과 더불어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다. 혼나는 것, 실망시키는 것, 말실수로 분위기가 싸해지는 것, 상대의 표정이 굳는 순간을 견디기 어려워서 사람은 순간적으로 사실을 수정한다. 그 거짓말이 자신에게 더 큰 스트레스가 될 걸 알면서도 말이다.

 

 

불안을 피하기 위한 선택


심리학에서는 이를 단순한 거짓말 습관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방어적 행동으로 본다. 대표적으로 관련되는 개념 중 하나는 회피 동기(Avoidance Motivation)다. 실패나 처벌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예방하려는 욕구이다. 인간은 보상보다 처벌을 더 강하게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비난, 거절, 실망과 같은 사회적 처벌은 실질적인 정신적 위협으로 작용하며 강한 긴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모른다”, “못했다”, “실수했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대신, 나도 모르게 당장의 긴장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을 바꾸게 된다.

 

여기에는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 역시 크게 작용한다. 이는 자신의 본래 성향이나 진실을 답하는 대신,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방향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답하려는 심리적 경향이다. 자신의 체면과 평판으로 고려하며 의식적으로 거짓말로 점철된 답변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에 맞춰 응답하는 경향 역시 내재되어 있다. 사람은 타인에게 무능하거나 무책임해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수월하게 흘러가던 대화가 어긋나게 만들고 싶지 않아한다. 특히 한국처럼 관계 조화와 눈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에서는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사회적 능력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이해하지 못했어도 “네 이해했어요”라고 답하거나, 부담스러운 부탁을 받아도 거절하지 못하며, 자신은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상대에게 아는 척, 은근슬쩍 맞장구를 친다. 솔직함보다 관계의 마찰을 줄이는 쪽이 우선되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


이런 거짓말이 단순히 타인을 속이려는 행동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고 흥미롭다. 이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에 가깝다. 반복적으로 혼나거나 평가받는 환경에 있었던 사람은 ‘실수 = 비난받음’이라는 연결을 강하게 학습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수치심이나 불안을 예상하게 되고, 뇌는 즉각적으로 방어 반응을 만든다. 일종의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인 것이다. 거짓말을 통해 잘 보이겠다는 욕망이 목적이 아니라, 불안을 줄이고 회피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셈이다.

 

특히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갈등 자체를 과도하게 위협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갈등 회피(Conflict Avoidance) 성향이 강한 사람은 상대가 잠깐 실망하거나 불편해하는 순간조차 크게 확대 해석한다. 그래서 ‘지금 솔직하게 말해서 잠깐 어색해지는 것’보다 일단 넘기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방식이 단기적으로는 그 상황을 회피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큰 불안과 죄책감을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은 거짓말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설명을 덧붙여야 하고, 상황이 잘 넘어가더라도 마음은 불편해지며, 관계 안에서 점점 긴장하게 된다.

 


두려움에서 비롯된 말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거짓말을 한 뒤 스스로를 나쁘게 평가한다. “왜 난 솔직하게 말을 못 하지?”라며 자신의 입과 순발력을 자책한다. 하지만 그 행동의 중심에 있는 감정은 악의보다 두려움에 가깝다. 혼나고 싶지 않고,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관계가 틀어지는 게 무서운, 미움받기 싫고 어색해지기 싫은 감정들을 바탕으로 작은 거짓말들이 속속 탄생한다.

 

거짓을 말하는 것이 결코 옳은 방향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거짓말하지 말아야지’라는 일차원적인 다짐으로 지나치기보다, 왜 솔직함이 이렇게까지 위험하게 느껴지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솔직함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거절당할 가능성을 감수하는 용기이기 때문이다.

 


솔직함이 만드는 관계


사람은 실수 자체보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더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건강한 관계는 완벽한 사람보다, 솔직하게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부담돼요”를 말할 수 있는 사람 사이에서 더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관계를 지나고, 그것이 단순 친분의 관계가 아니라 비즈니스인 상황도 적지 않다. 솔직함은 때로 갈등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계를 더 현실적이고 안전하게 만든다. 어떻게든 숨기려 했던 내면은 반복적인 관계에서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믿되, 그것이 사회적 관계를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1) 김용석. (2010). 사회적 바람직성 척도의 개발.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2(3), 1-39.

2) 김대중. (2016).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서 거짓말 단서로의 시선회피 : 대화단계별 시선회피의 역할과 기능을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60(3), 7-35.

3) 강민성 and 서종한. (2025). 한국판 헛소리 빈도 척도(BSF) 타당화 연구: 구성타당도와 수렴타당도 검증. 한국심리학회지: 산업 및 조직, 38(4), 49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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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09 13: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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