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도 명절도 가기 싫다‘… 이게 냉정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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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도 명절도 가기 싫다'… 이게 냉정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겁니다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경조사도 명절도 가기 싫다'… 이게 냉정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겁니다


청첩장이 카카오톡으로 날아왔다. 딱히 가깝지도 않은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봉투를 챙겨 식장에 앉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왠지 모를 피로감이 밀려온다. 시간도, 돈도, 감정도 모두 소모된 느낌이다.


최근 50~60대 사이에서 이른바 '관계 다이어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조사 참석을 줄이고, 명절 모임을 간소화하며, 오래된 지인과의 연락을 스스로 끊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현상을 심리학은 냉정한 인간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 발달 과정으로 설명한다.



시간이 줄어들수록 관계도 바뀐다: 정서적 선택성 이론이 말하는 것


로라 카스텐슨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사회정서적 선택이론(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을 제시했다. 핵심은 간단하다. 사람은 남은 시간이 많다고 느낄 때는 새로운 관계를 넓히려 하지만, 시간이 유한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의미 있는 관계에만 집중하려 한다는 것이다.


카스텐슨 교수팀이 18세에서 94세까지 성인 1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50대 이후 응답자들은 20~30대에 비해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보다 '이미 깊이 아는 사람'과의 시간을 우선시한다고 답한 비율이 68% 더 높았다. 넓은 인간관계보다 깊은 인간관계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경조사를 줄이고 명절 모임을 피하는 5060의 행동은 사회성이 떨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 자원을 정말 소중한 관계에 집중하려는, 심리적으로 성숙한 선택에 해당한다.



'의리'라는 이름의 감정 노동: 억지로 유지하는 관계의 심리적 비용


문제는 머리로는 이해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도 가야지', '안 가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에 억지로 참석하고, 억지로 웃고, 돌아오는 길에 진이 빠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노동(Emotional Labor)'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미국 UC버클리 심리학과 로드 마틴 교수 연구팀이 성인 521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내면의 감정과 다른 표정과 말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만성 피로와 우울감 발생률이 최대 2.3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억지로 참석한 경조사 한 번이 단순한 피로감이 아니라 심리적 소모를 누적시킨다는 의미다.


특히 5060 세대는 '사회생활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규범을 오랫동안 내면화해왔기 때문에, 관계를 줄이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는 것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의리'라는 이름으로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소모하는 것이다.



관계를 줄이는 것과 고립되는 것: 분명히 다른 이야기


다만 여기서 한 가지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 관계를 선택적으로 정리하는 것과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로빈 던바 영국 옥스퍼드대 실험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3~5명의 핵심 친밀 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0~69세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의미 있는 관계가 3명 이상인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삶의 만족도가 33.1% 높고 우울감 발생률은 51.8% 낮았다. 관계의 숫자가 아니라 질이 심리적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다.


즉 경조사를 줄이고 피상적인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건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짜 소중한 사람 한두 명마저 멀어지게 두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 관계를 끊는 연습이 아니라 고르는 연습


관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면 방향이 중요하다. 모든 관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관계가 나를 채워주고 어떤 관계가 나를 소모시키는지를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이 먼저다. 심리 상담 현장에서는 이를 '관계 감사(Relationship Audit)'라고 부른다. 1년에 한 번,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 사람과 시간을 보낸 뒤 나는 어떤 감정이었나'를 조용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문득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한 얼굴이 하나 떠오른다면, 그게 바로 신호다. 가기 싫은 경조사 봉투를 챙기는 대신, 진짜 그리운 사람에게 먼저 '잘 지내? 요즘 보고 싶더라'라고 문자 한 통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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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03 08: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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