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탈세 아니다"…연예인들의 해명, 왜 우리는 쉽게 믿고 싶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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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고의 탈세 아니다"…연예인들의 해명, 왜 우리는 쉽게 믿고 싶어할까?


좋아하는 배우가 수십억 원 세금 추징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의적 탈세는 없었다'는 소속사 입장이 나오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은가. 이이경, 이민기, 지창욱까지 잇따라 같은 해명이 나왔는데도 말이다.


반대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연예인의 똑같은 해명에는 '또 변명이야'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내용은 같은데 왜 반응은 이토록 다를까. 심리학은 그 이유를 꽤 명확하게 설명한다.



확증 편향: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심리학에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이 이미 가진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지적 경향을 말한다. 레이먼드 니커슨 미국 터프츠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1998년 발표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평균 2배 이상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해명하면 '세법 해석의 차이라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반면 호감이 없는 대상의 동일한 해명에는 '말이야 그렇게 하지'라는 의심이 앞선다. 뇌가 애초에 원하는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는 증거만 골라내는 것이다.


팬덤이 강할수록 이 경향은 더 뚜렷해진다.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애착이 클수록 그를 보호하려는 심리적 동기도 강해지고, 불리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차단하게 된다.



후광 효과: 한 가지가 좋으면 다 좋아 보인다


배우로서의 호연, 인터뷰에서 보여준 진중한 이미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공적 이미지. 이것들이 쌓이면 우리 뇌는 그 사람의 모든 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른바 '후광 효과(halo effect)'에 빠진다. 에드워드 손다이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육심리학과 교수가 1920년 군 장교 평가 실험에서 처음 체계화한 개념으로, 한 영역의 긍정적 특성이 전혀 다른 영역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도덕적인 캐릭터를 자주 연기한 배우가 세금 문제에 연루됐을 때, 팬들은 '그 사람이 나쁜 짓을 할 리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연기 속 캐릭터와 실제 인물을 동일시하는 '페르소나 혼동'까지 더해지면 방어 심리는 더욱 강해진다.


2022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심리학과 연구팀이 성인 8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호감도가 높은 인물의 부정적 행동은 호감도가 낮은 인물의 동일한 행동보다 평균 34.7% 더 관대하게 평가됐다.



준사회적 관계: 일방적이지만 진짜처럼 느껴지는 유대


시청자나 팬이 미디어 속 인물에게 실제 인간관계에 준하는 친밀감을 느끼는 현상을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한다. 도널드 호튼과 리처드 올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과 연구진이 1956년 처음 개념화했으며, 이후 수십 년간 팬덤 심리 연구의 핵심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를 통해 매주 '만나고', 인스타그램 일상을 통해 '함께 사는 것 같은' 느낌을 가져온 배우가 위기에 처하면, 팬들은 마치 가까운 친구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처럼 반응한다.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확신이 지식이 아닌 감정에서 나오는 이유다.


크리스티나 스완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교수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준사회적 관계의 강도가 높을수록 해당 인물의 부정적 사건에 대해 방어적 귀인을 할 가능성이 51.3%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인(attribution)이란 어떤 사건의 원인을 어디에 돌리느냐를 뜻하는데, 팬들은 문제의 원인을 '외부 환경'이나 '세법의 복잡성'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인지 부조화: 불편함을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


좋아하는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나는 나쁜 사람을 좋아했던 건가'라는 불편한 감정이 생긴다. 레온 페스팅거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1957년 제안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이 설명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의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보다 기존 신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해석을 왜곡한다.


연예인 세금 논란에서 팬들이 '세법이 워낙 복잡하니까',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라고 반응하는 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다.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뇌의 자연스러운 작동 방식이다. 문제는 이 방어가 지나칠 때다. 비판적 사고 자체가 차단되고, 명백한 사실조차 외면하게 된다.


물론 실제로 세법 해석의 차이로 인한 추징이 발생하는 사례가 있고, 고의성 여부는 수사와 법적 판단의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내 감정이 그 판단에 얼마나 개입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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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03 0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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