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스토킹 범죄 뉴스를 보고 난 뒤 혼자 귀가하는 길이 갑자기 두려워진 적이 있는가. 폭력 사건 보도를 스크롤하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밤새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경험, 나만 겪는 것이 아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폭력과 혐오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음에도 불안과 공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기만의 만트라로도 안 될 때'라는 한 커뮤니티 글이 수천 개의 공감을 받은 것처럼, 뉴스 노출이 우리 마음에 남기는 상처는 생각보다 훨씬 깊다.
브래드 부시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폭력적 미디어 콘텐츠에 반복 노출될 경우 뇌의 편도체가 실제 위협 상황에 준하는 각성 반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참가자의 41.3%가 강력범죄 보도를 접한 후 수면 장애와 과각성 증상을 보고했으며, 이 중 18.7%는 일상 속에서도 지속적인 불안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대리 외상(Vicarious Trauma)' 또는 '이차적 외상 스트레스(Secondary Traumatic Stress)'라고 부른다. 쉽게 말하면 직접 사건을 겪지 않아도, 그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것만으로 트라우마와 유사한 심리적 충격이 쌓이는 현상이다.
특히 뉴스가 텍스트가 아닌 영상과 사진으로 전달될 때 그 효과는 더욱 강력하다. 뇌는 화면 속 장면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SNS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뉴스를 반복 노출시키는 현재 미디어 환경은 이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심리학자 로니 재노프-불먼 미국 매사추세츠대 심리학과 교수는 '산산조각 난 가정 이론(Shattered Assumptions Theory)'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한다. 우리는 평소 '세상은 대체로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기본 가정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데 폭력 뉴스를 반복해서 접하면 이 가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정이 흔들리면 뇌는 생존 모드로 전환된다. 일상적인 귀갓길, 엘리베이터 안, 편의점 골목이 갑자기 위협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뉴스 속 사건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인식되는 순간, 불안은 일상 전반으로 번진다.
더 심각한 경우 특정 뉴스가 자신의 과거 경험과 맞닿아 있을 때 공황 발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이 관련 보도를 접하거나, 폭행 피해자가 유사 사건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두렵고 힘든데도 왜 우리는 뉴스를 끊지 못할까. 이는 '부정 편향(Negativity Bias)' 때문이다.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심리학과의 리처드 로이체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3배 이상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생존에 유리했던 진화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 본능이 디지털 뉴스 환경에서 역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나쁜 소식에 끌리고, 클릭하고, 또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또 뉴스를 확인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2023년 미국심리학회(APA) 조사에서 성인 응답자의 68%가 '뉴스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계속 확인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 스트레스, 수면 장애, 무기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뉴스 피로 증후군(News Fatigue Syndrome)'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고 세상에서 눈을 완전히 감을 수는 없다.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것은 '정보를 끊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하루 뉴스 확인 시간을 30분으로 정하거나, 잠들기 1시간 전에는 뉴스 앱 알림을 끄는 것만으로도 야간 각성 빈도를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뉴스를 본 뒤 몸이 긴장되거나 호흡이 얕아진다면 그 자리에서 4초 들이쉬고 4초 멈추고 6초 내쉬는 '박스 호흡법'을 시도해보자. 편도체 과활성화를 빠르게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이 '과민 반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뇌가 당신을 지키려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뉴스를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면, 잠깐 화면을 덮고 창문 너머 하늘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한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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