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귀찮고 엄마는 편하다"… Z세대 ‘엄미새‘ 열풍, 심리학은 뭐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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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연애는 귀찮고 엄마는 편하다"… Z세대 '엄미새' 열풍, 심리학은 뭐라 할까?


퇴근하고 나서 연인에게 전화하는 대신 엄마한테 먼저 카톡을 보낸다. 주말 데이트보다 엄마랑 브런치가 더 편하다. 연애는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 요즘 20대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낯설지 않다.


이른바 '엄미새' 트렌드다. 엄마에게 새 같이 달려간다는 뜻으로, 연애 대신 부모, 특히 엄마와의 관계를 가장 편안한 정서적 안식처로 삼는 Z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단순한 마마보이·마마걸 이야기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 뒤에 훨씬 복잡한 감정 구조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안전 기지의 이동: 연인 대신 엄마를 향하는 이유


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대상을 '안전 기지(secure base)'라고 부른다. 영국의 발달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가 제안한 애착 이론의 핵심 개념으로, 사람은 누구나 위협을 느낄 때 자신의 안전 기지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그 대상이 부모지만, 성인이 되면 점차 연인이나 친밀한 파트너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발달 경로다.


그런데 지금의 Z세대에게는 이 전환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4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61.3%가 '연애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편안하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연애는 감정 소모가 너무 크다'는 항목에 동의한 비율은 58.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안전 기지의 퇴행적 고착'이라고 설명한다. 연애 관계에서 받을 수 있는 상처나 갈등, 감정 노동의 비용이 너무 크게 느껴질 때, 사람은 가장 익숙하고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는 대상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감정 노동의 과부하: Z세대가 연애를 포기하는 진짜 이유


김지현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Z세대의 연애 회피 현상에 대해 '감정 조절 자원 고갈'을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그에 따르면 Z세대는 학업 경쟁, 취업 스트레스, 소셜미디어를 통한 끊임없는 자기 노출과 비교 등으로 인해 일상적인 감정 소모량 자체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다. 연인 관계에서 요구되는 추가적인 감정 조율 능력이 말 그대로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연애 관계는 상당한 감정 노동을 요구한다. 상대의 감정을 읽고, 갈등을 조율하고, 서로의 기대를 맞추는 과정은 에너지 집약적이다. 반면 엄마와의 관계는 오랜 시간 검증된 신뢰와 무조건적인 수용이 바탕에 깔려 있다. '괜찮아?' 한마디에 모든 걸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심리학과 에밀리아 시몬스 박사가 2023년 18세에서 29세 청년 9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54.2%가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정서적 부담이 혼자 있는 것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고 답했으며, 이 집단은 부모와의 관계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건강한 경계선: '엄미새'가 문제가 되는 순간


그렇다면 엄마가 편한 게 무조건 나쁜 걸까. 심리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부모와의 건강한 친밀감은 삶의 질과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소가 1938년부터 80년 이상 추적한 연구에서도, 가족 및 사회적 관계의 질이 행복과 건강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였다.


문제는 '자율성'의 여부다. 가족 관계가 편안하고 지지적인 것과,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하지 못한 채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신현정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엄미새 현상 자체는 세대가 느끼는 사회적 피로의 반영이지, 병리적 현상이 아니다'라면서도 '연애나 사회적 관계를 선택지 자체로 경험하지 못하고 회피하게 되는 패턴이 굳어지면 장기적으로 정서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핵심은 엄마와 함께하는 것이 자발적 선택인지, 아니면 다른 관계가 두려워서 피하는 것인지를 스스로 살피는 일이다. 전자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후자라면, 그 두려움의 뿌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실험: 불편함을 조금씩 넓히기


심리학에서는 감정 조절 능력을 '근육'에 비유한다. 쓰지 않으면 약해지고, 조금씩 훈련하면 강해진다. 연애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당장 연인을 사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친구에게 먼저 연락해보거나, 불편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작게 시작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엄마가 편한 건 좋은 일이다. 동시에, 우리 안에는 엄마 외에도 기댈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분명히 있다. 오늘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에게 '요즘 어때?' 한 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 그 작은 용기가 새로운 안전 기지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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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26 07: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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