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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열심히 준비했는데 최종 명단에서 이름이 빠졌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승진 후보에서 밀리거나, 공들인 프로젝트에서 제외됐을 때 우리가 느끼는 바로 그 감정. 서민우 선수는 2026 FIFA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뒤 '꿈이길 바랐다'고 털어놓았다.
그 한 마디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건드렸다. 프로 선수든 평범한 직장인이든,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탈락'을 경험한다. 그 순간 뇌와 마음속에서는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는 2003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사회적 배제가 뇌에서 신체적 고통과 동일한 영역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실험 참가자들이 온라인 게임에서 의도적으로 따돌림을 당하자, 실제로 몸이 아플 때 반응하는 전대상피질이 같은 방식으로 켜진 것이다.
서민우 선수가 '꿈이길 바랐다'고 표현한 것은 감정적 수사가 아니다.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한 그 순간, 뇌는 물리적 통증과 다름없는 신호를 처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는 우리가 탈락이나 거절 앞에서 '그냥 털어내면 되지'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젠버거 교수는 이 현상을 '사회적 고통(social pain)'이라고 명명했다. 인류가 집단에서 배제되는 것을 생존의 위협으로 학습해온 진화적 이유가 이 반응 안에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탈락의 고통이 유독 깊은 이유는 단순히 기회를 잃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마틴 리어리 미국 듀크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안한 '사회측정기 이론(sociometer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타인으로부터의 수용과 거부를 자기 가치감의 바로미터로 실시간 측정한다. 명단 탈락, 불합격 통보, 팀에서의 배제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로 뇌에 입력된다.
서민우 선수가 공개적으로 심경을 밝히면서 인용한 말도 눈길을 끈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라는 표현은, 심리학에서 앨버트 엘리스가 창시한 합리정서행동치료(REBT)의 핵심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내면의 언어가 감정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마음먹기 나름'이라며 고통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감정을 충분히 인정한 뒤에야 건강한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조지 보나노 미국 컬럼비아대 임상심리학과 교수는 2004년 발표한 연구에서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이들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억누르거나 빠르게 긍정으로 덮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슬픔, 분노, 허탈감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거쳤다. 서민우 선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은 행동 자체가 심리학적으로는 회복의 첫 걸음이었던 셈이다.
보나노 교수의 연구에서 회복탄력성이 높은 집단은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을 번갈아 경험하는 '감정 진동(emotional oscillation)'을 보였다. 무너지기도 하고, 잠시 웃기도 하면서 서서히 균형을 되찾는 것이다. 꿈이길 바랐다고 고백하면서도 다음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동시에 밝힌 서민우 선수의 모습이 이 패턴과 닮아 있다.
탈락은 끝이 아니다. 뇌과학적으로도 고통을 충분히 처리한 이후에는 새로운 목표를 향한 동기 회로가 활성화된다. 실패의 감정을 '느끼고 통과하는 것'이 '억누르는 것'보다 훨씬 빠른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 탈락은 물론 극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우리도 매일 크고 작은 탈락을 경험한다. 승진 심사에서 밀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거절당하고, 지원한 팀 프로젝트에서 제외되는 일들. 그 순간 '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들지'라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뇌는 지금 실제로 고통을 처리 중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가장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지금 나는 배제당한 느낌에 속상하다'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전대상피질의 활성이 줄어든다고 매튜 리버만 UCLA 심리학과 교수는 2007년 연구에서 밝혔다. 서민우 선수가 '꿈이길 바랐어'라는 네 글자로 감정을 꺼내 놓은 것처럼, 오늘 당신도 지금 느끼는 감정을 한 문장으로 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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