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 집회 가던 소년은 왜 ‘극우 인플루언서‘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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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 집회 가던 소년은 왜 '극우 인플루언서'가 되었나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탄핵 찬성 집회 가던 소년은 왜 '극우 인플루언서'가 되었나


처음엔 촛불을 들었다. 민주주의를 외치며 광장으로 나간 소년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소년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플루언서가 되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CBS노컷뉴스가 보도한 '탄핵 찬성 집회 가던 소년은 왜 극우 인플루언서가 되었나'는 단순한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이 온라인 생태계 안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형성하고, 어떻게 급격한 이념적 전환을 겪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질문을 던진다.



래디컬라이제이션의 심리학: 왜 변하는 사람은 갑자기 확 변하는가


심리학에서 '급진화(radicalization)'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아리 크루글란스키 미국 메릴랜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급진화의 핵심 동인으로 '유의미성 탐색(significance quest)'을 꼽는다.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사람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정체성과 집단을 필사적으로 찾는다는 것이다.


광장에 나갔던 소년이 처음 느낀 것은 연대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집회가 끝난 뒤, 그 뜨거웠던 소속감이 식어버리면 강렬한 공허함이 찾아온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탈동조화 이후 정체성 진공(post-disengagement identity vacuum)'이라 부른다. 이 진공 상태는 다음 강력한 자극이 채워질 때까지 극도로 불안정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2019년 기예르모 로시 미국 콜로라도대 정보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유튜브 콘텐츠 730만 개를 분석한 결과, 온건한 정치 채널을 시청한 이용자가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로 유입되는 패턴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한 번의 클릭이 다음 클릭을 부르고, 뇌는 그 자극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



소속감과 적의 필요성: '우리'가 되려면 '그들'이 있어야 한다


헨리 타지펠 영국 브리스틀대 심리학과 교수가 정립한 '사회정체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속한 내집단(in-group)의 가치를 높이고 외집단(out-group)을 평가절하함으로써 자존감을 유지한다. 즉, '우리'라는 정체성은 언제나 '그들'을 필요로 한다. 극우 인플루언서 생태계는 이 심리를 정교하게 활용한다. 명확한 적을 제시하고, 그 적에 맞서는 용감한 '우리'의 일원이 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정(recognition)'의 문제다. 온라인에서 극단적인 발언을 할수록 댓글과 구독자가 늘어난다. 뇌의 보상회로는 이 반응을 도파민으로 보상한다. 2021년 막스 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 심리학팀이 발표한 연구에서, 소셜미디어상의 도덕적 분노 표현이 '좋아요'를 받을수록 이후 더 강렬한 표현을 사용하는 빈도가 평균 22.8% 증가했다. 인정받는 경험이 극단화를 강화하는 것이다.


광장에서는 수십만 명 중 한 명이었지만,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존재를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심리 중 하나다. 그 욕구가 어느 방향으로 충족되느냐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바꾼다.



에코 챔버 효과: 반복될수록 진짜처럼 느껴진다


케이트 스타버드 미국 워싱턴대 인간중심디자인·공학과 교수는 2019년 연구에서 '정보 생태계 조작(information ecosystem manipulation)' 현상을 분석했다. 특정 내러티브가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를 '진실 착각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부른다. 알고리즘으로 큐레이션된 피드 안에서 같은 방향의 정보만 접하면, 그것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이 에코 챔버 안에서 '나가는 문'이 점점 좁아진다는 점이다. 집단 내에서 이탈자는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사회적 처벌을 받는다. 사람들이 의심이 들어도 입을 닫는 이유다. 노엘 노이만 독일 마인츠대 사회학과 교수가 제시한 '침묵의 나선(spiral of silence)' 이론이 온라인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한번 극단적 집단에 깊이 편입될수록 인지 부조화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 기존 믿음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해석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부른다. 소년은 어느 순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설계한 경로를 따라 걷고 있는 것이다.



되돌아올 수 있을까: 탈급진화에 필요한 것


다행스럽게도 심리학 연구들은 급진화가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 아님을 보여준다. 다니엘 코호우트 독일 비올라탈급진화프로그램 연구팀이 2022년 진행한 탈급진화 사례 연구에서, 가장 효과적인 개입은 처벌이 아니라 '관계'였다. 집단 밖에서도 자신을 인정해주고 연결감을 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존재할 때, 이탈 가능성이 평균 3.1배 높아졌다.


광장에 나갔던 그 소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비난하기보다 말을 건네는 것이 먼저일지 모른다. 극단화된 알고리즘보다 강한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이기 때문이다. 오늘,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누군가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작은 행동이 어쩌면 누군가의 에코 챔버에 작은 균열을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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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6-29 0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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