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주가가 오르는 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만 빠진 건 아닐까?' 주변 동료들은 너도나도 수익을 냈다고 하고, SNS 피드엔 인증샷이 넘쳐난다. 그 순간, 대출을 받아서라도 지금 당장 투자해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충동이 밀려온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용융자 잔고가 25조 원을 넘어섰고, 반대매매 규모는 3조 원에 육박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손을 뻗을까. 심리학은 그 답을 뇌 속에서 찾는다.
인간의 뇌는 원래 손실과 이익을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정립한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손실을 약 2.5배 더 크게 느낀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시장이 과열될수록 이 손실 회피 본능은 오히려 무뎌진다.
주가 상승장이 길어지면 뇌는 '이건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라고 부른다. 최근에 자주 접한 정보, 즉 주변의 투자 성공담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 실패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과소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 신용 대출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앤드루 로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금융공학 교수는 2017년 연구에서 '적응적 시장 가설'을 제시하며, 투자자의 감정과 뇌의 반응이 시장의 과열과 붕괴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공포와 탐욕이 교차하는 시장에서 이성적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빚투를 결심하게 만드는 또 다른 강력한 심리 기제가 있다. 바로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공포다. 엘리사 코스탄조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심리학과 연구팀이 2022년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포모 지수가 높을수록 충동적 금융 결정을 내릴 확률이 41%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포모는 단순한 질투심이 아니다. 사회적 비교를 담당하는 뇌의 내측 전전두엽 피질이 과활성화되면서, 뇌는 '기회를 놓치는 것'을 실제 손실처럼 처리한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직장인 70%가 주식으로 수익 중'이라는 통계가 퍼질 때 느끼는 불안감이 바로 이 때문이다. 내가 안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손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심리가 가장 위험한 타이밍, 즉 고점 부근에서 가장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수익 인증을 올리고, 뉴스마다 신고가 소식이 나올 때 포모는 절정에 달한다. 그때야말로 신용대출로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가장 많고, 반대매매 폭탄이 가장 크게 터질 준비를 마친 순간이기도 하다.
일단 빚투를 시작한 이후에는 또 다른 심리 함정이 기다린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곧 다시 오를 것'이라는 믿음, 즉 '도박사의 오류'가 고개를 든다. 손실이 커질수록 오히려 추가 매수를 결정하는 '물타기' 심리가 이 오류에서 비롯된다. 로버트 샬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9년 연구에서 투자 손실을 경험한 집단의 68.3%가 추가 손실 위험을 무릅쓰고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확증 편향'까지 더해진다. 뇌는 내가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이미 신용 대출을 실행한 투자자는 회복을 시사하는 뉴스에만 집중하고,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분석은 무의식적으로 무시한다.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한 뇌의 자기 보호 본능이 오히려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결국 반대매매는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포모에서 시작해, 도박사의 오류를 거쳐, 확증 편향으로 굳어진 일련의 심리 과정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심리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이 정립한 '자기결정성 이론'은 힌트를 준다. 외부의 압력이나 비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안의 진짜 동기에서 출발한 결정이어야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선택이 된다는 것이다. 주변이 다 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투자는, 주변이 다 팔 때 가장 먼저 흔들린다.
투자 결정 직전에 딱 하나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이 돈이 내일 당장 없어져도 괜찮은가?' 그 답이 '아니오'라면, 그 자금으로는 투자를 멈추는 것이 뇌과학적으로도 현명한 선택이다. 주가가 오를 때 나만 안 샀다는 아쉬움보다, 빚을 갚지 못해 반대매매를 맞은 공포가 2.5배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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