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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분명 이익을 봤다. 수익률 20%에 팔았고, 통장 잔고도 늘었다. 그런데 주가는 그 뒤로도 계속 올랐다. '그냥 들고 있었으면 두 배였는데….' 이 생각이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른바 '익절 후회'를 호소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이익을 놓쳤다는 기분에 시달리는 이 현상, 심리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할까.
동아일보 보도에서도 소개된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향' 연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익이 난 주식은 서둘러 팔고 손실이 난 주식은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른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이 이익과 손실을 비대칭적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10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약 2.5배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익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빨리 확정해 안도감을 얻으려 하고, 손실은 '언젠가 회복되겠지'라며 미루게 된다.
결국 익절은 합리적인 결정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뇌는 이미 '팔고 난 뒤에 오른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아 비교를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후회의 고리가 작동한다.
손에 쥔 이익보다 놓친 이익이 더 크게 느껴지는 데는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가 핵심 역할을 한다. 닐 로이즈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심리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을 더 생생하게 상상할수록 후회감이 커진다.
특히 주식처럼 숫자로 결과가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환경에서는 이 경향이 극단적으로 강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얼마였을까'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즈 교수는 이를 '후회 증폭 환경'이라고 표현했다.
게다가 소셜미디어에서 타인의 수익 인증이 넘쳐나는 요즘, 비교 대상은 과거의 나 자신에만 그치지 않는다. '나는 팔았는데 저 사람은 안 팔았다'는 식의 사회적 비교가 더해지면서 후회의 강도는 배가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익절 후회가 다음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테리 오딘 미국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가 1987년부터 1993년까지 개인투자자 10만여 개 계좌를 분석한 결과, 이전에 수익을 내고 주식을 판 투자자일수록 이후에 더 오래 주식을 보유하다가 결국 손실을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후회 회피를 위해 '이번엔 안 팔겠다'는 다짐이 오히려 더 큰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후회 회피 편향(regret aversion bias)'이라고 한다. 후회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너무 강해지면, 정작 팔아야 할 타이밍에 팔지 못하고 하락장에서도 손을 놓지 못한 채 버티게 된다. 수익의 기억이 클수록 그 기준점에서 멀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셈이다.
결국 익절 후회를 방치하면 다음 판단을 흐리는 인지 왜곡으로 굳어질 수 있다. 이것이 단순한 '배 아픔'이 아니라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심리적 신호인 이유다.
전문가들은 익절 후회를 줄이려면 '비교 기준점'을 의도적으로 재설정하라고 조언한다.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에서 인간의 행복과 불행이 절대적인 조건보다 '무엇과 비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매도 후 주가를 계속 확인하는 습관 자체가 고통의 근원이다.
매도 결정을 내린 당시의 정보와 판단 근거를 기록해 두고, 나중에 주가가 더 올랐더라도 그 기록을 다시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때 나는 그 정보로 최선의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반사실적 사고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오늘 밤 또다시 '그때 팔지 말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잠시 앱을 닫고 이렇게 자신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 '나는 그때 가진 정보로 최선을 다했나?' 대부분의 경우, 답은 '그렇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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