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나락! 나락!" 전 세계가 주목한 코리아 캔슬 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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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예원(happymind0904@gmail.com)]  


"나락! 나락! 나락!" 대중이 유명인의 도덕적 결함을 지적해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이른바 ‘나락 문화’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았다. 연예인과 크리에이터를 향한 한국 대중의 높은 도덕적 기준은 이미 해외 매체들 사이에서 ‘코리아 캔슬 컬처(Korea Cancel Culture)’라는 고유 명사로 다뤄질 만큼 이례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현상은 건전한 비판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하나의 논란이 터지면 과거의 행적까지 전방위로 박제당하는 것은 물론, 단기적 자숙이 아닌 영구적인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본래의 잘못보다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이 비이성적인 단죄의 행렬 속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한국인만의 독특한 심리적 집착은 무엇일까?



역시 세상은 공평해! '공정한 세상 가설' 


사회 심리학자 멜빈 러너가 제안한 '공정한 세상 가설'이란 사람들이 세상의 인과응보 원리를 믿는 강력한 심리적 성향에 대해 설명한다. 멜빈 러너에 따르면 인간은 세상이 본질적으로 공정하며, 선한 사람은 보상을 받고 악한 사람은 결국 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의 규칙에을 강하게 믿는 성향이 있다. 인과관계가 확실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믿음만이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도 언제든 불행해질 수 있다는 무작위성을 인정하는 순간, 대중은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직면하게 된다.


문제는 이 가설이 공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결합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 부작용이다.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나 기득권층의 비리가 만연한 사회에서 대중은 공정함에 대한 깊은 갈증을 느낀다. 이때 대중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바로 인지도와 영향력이 높은 연예인 및 유명인들이다. 법적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대중은 클릭과 댓글을 통한 ‘사적 제재’로 세상의 공정함을 직접 바로잡고자 한다. 이들에게 광고 퇴출이나 방송 하차를 이끌어내는 행위는 시스템이 실현하지 못한 정의를 내 손으로 구현했다는 대리 만족과 심리적 위안을 주는 통로가 된다.



한국식 나락 문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과거 폭로’ 역시 이 가설로 명쾌하게 설명된다. 하나의 논란이 불거지는 순간, 대중은 해당 유명인의 학창 시절 행적부터 과거의 사소한 발언까지 찾아내 복기하기 시작한다. 이는 무의식 속에서 “이 사람이 오늘 비판받는 것은 단 하나의 실수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업보가 드러난 결과”라는 인과주의적 명분을 확보하려는 심리적 기제다. 과거의 결점을 누적해 제시할수록, 대중은 자신의 단죄 행위를 가학적인 마녀사냥이 아닌 정당한 심판으로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집단 극단화 현상'


이러한 사적심판의 이면에는 온라인 공간의 특수성이 낳은 또 다른 집단 심리가 숨어있다. 대중이 각자 고립된 상태에서 유명인을 비판할 때는 비교적 진정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커뮤니티나 SNS 댓글창에 모이는 순간 비난의 강도는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진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집단 극단화 현상으로 설명한다.


집단 극단화란 비슷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때, 각 개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성향보다 훨씬 더 과격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쏠리는 현상을 뜻한다. 나락 문화 속 댓글창은 이 같은 극단화가 일어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이 과정은 크게 두 가지 심리적 경로를 통해 가속화된다. 첫째는 정보적 영향이다. 네티즌들은 유명인의 잘못을 지적하고 조롱하는 자극적인 영상과 댓글만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자신이 가진 비판적 시각이 절대적인 진실이라는 확신을 얻는다. 다른 관점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된 채 확증 편향이 강화되는 것이다.


둘째는 집단 내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규범적 영향이다. 논란이 격화된 집단 내부에서는 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강하게 비판하는 이가 더 정의롭고 개념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에 따라 동조자들은 집단 내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난의 수위를 높이게 된다. 


결국 초기에는 이 행동은 다소 경솔했다 수준의 합리적인 비판으로 시작된 여론이, 집단 극단화 과정을 거치며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해야 할 악인이라는 결론으로 치닫게 된다. 개인으로서는 이성적이고 평범한 시민들이 집단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죄책감 없이 무차별적인 사이버불링의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무차별적 비난이 당연시되면서, 한국의 나락 문화는 정의 구현이 아닌 가학적인 사회 문제로 전락했다. 건전한 비판일 뿐이라는 대중의 착각과 달리, 해외 언론은 이를 한국 사회의 지독한 공격성과 결핍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단면으로 명명하고 있다.

익명의 집단 뒤에 숨어 타인의 삶을 영원히 파멸시키는 잔혹함은 결코 정의가 될 수 없다. 이제는 높은 도덕적 기준을 타인에게만 들이대며 가학적인 쾌감을 좇는 스스로의 모습을 부끄러워해야 할 때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잔인한 문화가 결국 사회적 결함이자 낙인임을 인정하고, 맹목적인 비난을 멈추는 성찰만이 우리 사회가 성숙해지는 유일한 길이다.



<출처> 

1. Ramadhanty, R. I., & Bajari, A. (2025). Cancel Culture in South Korea's Entertainment Industry: Media Framing through the Lens of Deviance. Journal La Sociale, 6(2), 515–523.

2. 송지원. (2025년 12월 30일). 유럽과 한국의 캔슬 컬처.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301958005#ENT 

3. 이종민. (2019년 9월 3일). [함께하는 경영]노력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559984 

4. 오미영. (2011). 인터넷 여론과 소통의 집단 극화(極化). 현상과 인식, 35(3), 39-60.

5. 최동성, 최성은 and 최용준. (2008). 인터넷 포털뉴스 댓글의 여론형성 과정과 특성에 관한 연구. 정치커뮤니케이션연구, 8, 309-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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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20 11: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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