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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소개팅 앱에 가입하려다 거절당했다. 이유는 단 하나, 사는 곳이 아파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최근 일부 소개팅 앱이 '거주지 인증'을 필수 조건으로 내세우며 특정 주거 형태에 사는 사람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름하여 '거주지 인증 소개팅 앱'의 등장이다.
처음에는 생활권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실용적인 수요에서 출발한 서비스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주거지를 곧 그 사람의 '급'으로 읽어내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현상에 대해 "같은 생활권에 사는 사람을 찾는 것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상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끼리 끌리는 것, 심리학에서는 이를 '동질성 편향(Homophily)'이라고 부른다.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고 신뢰를 느끼는 보편적인 인간 본성이다.
문제는 이 본능이 주거지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치환될 때다. 아파트냐 빌라냐, 몇 평짜리냐는 정보가 그 사람의 성격, 가치관, 삶의 태도를 대신 설명한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부동산을 보는 셈이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범주화 오류(Categorical Error)'라 부른다. 특정 집단의 속성을 개인에게 그대로 덧씌우는 인지적 왜곡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태키스 미국 예일대 사회과학과 교수는 2019년 연구에서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 곁에 있을 때 안도감을 느끼도록 진화했지만, 이 본능이 사회적 배제의 도구로 활용될 때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고 경고했다.
거주지 인증 앱에서 '가입 불가' 판정을 받은 사람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배제를 경험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은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전두대상피질(dACC)과 거의 동일하다. 2003년 7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실험에서, 단순한 온라인 게임에서 배제되는 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은 실질적인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소개팅 앱에서의 거절은 단순히 매칭이 안 된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이 공간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를 받는 것이다. 이는 자존감(Self-Esteem)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특히 연애 맥락에서의 거절은 자기 가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기 쉽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거절이 반복될수록 '나는 원래 선택받지 못할 사람'이라는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으로 굳어진다는 점이다. 마틴 셀리그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교수가 1967년 처음 개념화한 학습된 무력감은, 통제할 수 없는 부정적 경험이 반복될 때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심리적 패턴이다.
왜 하필 지금, 이런 앱이 인기를 끌고 있을까.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현상은 개인의 욕망이 아니라 사회적 불안의 산물이다. 집값이 폭등하고 주거 안정성이 계층을 가르는 핵심 지표가 된 시대에, 사람들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찾는 것을 넘어 '나보다 낮아 보이는 사람'을 걸러내려는 심리를 갖게 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지위 불안(Status Anxiety)'이라 부른다. 알랭 드 보통이 2004년 동명의 저서에서 상세히 분석했듯,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불안이 클수록 사람들은 외적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주거지 필터는 이 불안이 연애 플랫폼으로 구체화된 형태다.
클로드 스틸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집단은 그 낙인을 내면화하는 속도가 빠르다. 빌라나 원룸에 사는 사람들이 '나는 연애 시장에서 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납득하게 되는 과정, 이것이 이 앱이 사회에 남기는 가장 조용한 상처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는 1938년부터 약 80년에 걸쳐 724명의 삶을 추적했다. 이 방대한 연구가 도달한 결론은 단 하나다. 삶의 질과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관계의 질'이며, 그 관계의 질은 상대방의 경제적 수준이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 있게 연결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주거지 필터는 사람을 선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결의 가능성을 스스로 좁히는 행위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 다른 방식으로 돈을 쓰고 삶을 꾸려온 사람에게서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를 애초에 닫아버리는 것이다.
오늘, 누군가의 주소지를 보기 전에 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건 어떨까. 부동산 시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나눈 진짜 온기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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