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형진
[한국심리학신문=함형진(zzxxiop123@naver.com)]
출처: ChatGPT
흔히들 사람들은 인생이 소설과도 같다고도 하고 영화와도 같다고 한다. 그동안의 작은이야기를 통해 큰 이야기를 형성해 간다는 점에서 꽤 적절한 비유처럼 다가온다. 우리의 인생이 만약 소설과도 같다면,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과거에 생겨버린 에피소드와 사건의 현장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각각의 이야기에 대하여 우리만의 정의를 내리고 의미를 내린다면 앞으로의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향하지 않을까? 각자의 인생에서 각자만의 작가로서 활동한다.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가는 이야기 치료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2자 한다.
이야기치료(narrative therapy)는 화이트(Michael White)와 엡스턴(David Epston)이 발전시킨 포스트모던 상담 접근으로, 인간의 삶은 객관적인 사실 자체보다 그 사실에 부여한 의미와 이야기(narrative)에 의해 형성된다는 관점에 기초한다. 즉, 사람은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해석하고 설명하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며 살아간다. 이야기치료에서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문제이다(The person is not the problem, the problem is the problem).’라는 원칙을 핵심 철학으로 삼는다. 따라서 내담자를 문제와 동일시하지 않고 문제를 외재화(externalization)하여 분리함으로써,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또한 사회·문화적 담론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기존의 지배적 이야기(dominant story)에 의해 제한되었던 삶을 새롭게 재구성(re-authoring)하도록 지원한다. 상담자는 전문가가 아니라 협력적 탐구자로서 내담자의 삶을 존중하며, 예외적 경험(unique outcomes)을 발견하고 이를 확장하여 보다 풍부한 대안적 이야기(alternative story)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새롭게 해석하고 미래의 삶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야기치료의 효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첫째, 자신의 문제를 외재화함으로써 자기비난과 수치심을 감소시키고 자기효능감과 통제감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문제를 자신의 일부가 아닌 외부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부정적인 정체성에서 벗어나 변화 가능성을 인식하게 된다. 둘째, 자기정체성 회복과 임파워먼트 증진에 효과적이다. 개인은 삶 속에서 간과되었던 성공 경험과 강점을 재발견하면서 보다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형성하게 된다. 셋째, 우울, 불안, 트라우마, 가족갈등, 만성질환 적응, 정신질환 회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심리적 안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트라우마 경험자의 경우 단편적이고 혼란스러운 기억을 일관된 삶의 이야기로 재구성함으로써 외상 경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정서적 회복을 촉진한다. 최근에는 신경가소성 관점에서도 이야기치료가 반복적인 의미 재구성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정서와 기억 회로를 재조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선혜 교수는 이야기치료를 국내 사회복지 및 정신건강 분야에 체계적으로 소개한 대표적인 연구자이며, 저서 『이야기치료』를 통해 이야기치료의 철학, 원리, 상담과정 및 실제 사례를 정리하였다. 특히 최근 발표한 「정신질환 당사자의 회복 내러티브 생성을 위한 방법과 전략」(2025)에서는 정신질환자의 회복을 단순한 증상 감소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이 연구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회복 단계별 내러티브를 생성하고 이를 분석한 후, 효과적인 내러티브 질문기법을 제시하였다. 연구 결과, 회복 내러티브는 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일관된 이야기로 재구성하도록 도울 뿐 아니라 희망, 자기결정성, 사회참여, 정체성 회복을 촉진하는 중요한 실천 전략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상담자는 내담자가 회복 과정에서 경험한 작은 성공과 강점을 지속적으로 발견하고 이를 이야기 속에서 확장할 수 있도록 질문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은 회복지향 정신건강 실천과 이야기치료의 핵심 원리를 연결하는 중요한 접근으로 제시되었다.
종합하면 이야기치료는 문제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접근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고 의미를 재구성하도록 돕는 상담기법이다. 외재화, 예외사건 탐색, 재저자화 등의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부정적인 자기정체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강점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궁극적으로 심리적 회복과 사회적 적응을 증진할 수 있다. 최근에는 회복지향 정신건강 실천과 생성형 AI 연구까지 확장되면서 이야기치료는 개인의 변화뿐 아니라 회복 내러티브를 지원하는 현대적 상담모델로서 그 활용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버린 일들을 다시 돌이킬 수 없다고 하여 자책하며 부정정서에 빠진다. 그러나 이야기 치료는 그날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다시 써내려 가는 그때의 이야기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나의 강점을 발견할 것이고, 또 이면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이 나를 마중나올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본인 인생의 소설을 쓸 자격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더 많은 글과 더 많은 이야기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참고문헌
1) Morgan, A. (2010). 우리 삶의 이야기, 다시 쓰기 (최광현 역). 학지사. (원저 출판 2000)
2) 윤이상. (2026). 신경가소성에 기반한 이야기치료의 트라우마 치료 적용: 해마와 편도체 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신학과 실천, 98, 167–191. https://doi.org/10.14387/jkspth.2026.98.167
3) 이선혜. (2002). 이야기치료. 학지사.
4) 이선혜. (2025). 정신질환 당사자의 회복 내러티브 생성을 위한 방법과 전략. 한국정신재활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5) 조현주. (2016). 이야기치료의 상담과정과 특성에 관한 탐색적 연구. 복지상담교육연구, 5(1), 17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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