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길 잘했다"…‘포모‘ 밀어낸 ‘조모‘의 시대, 뇌는 왜 뒤늦게 안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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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안 사길 잘했다"…'포모' 밀어낸 '조모'의 시대, 뇌는 왜 뒤늦게 안도할까?


주변 사람들이 앞다퉈 주식을 살 때, 나만 혼자 팔짱을 끼고 있었다. '이러다 나만 손해 보는 거 아냐?' 하는 불안이 밀려오던 그 순간. 그런데 두 달이 지나 시장이 뒤집히고 나서야 비로소 생각한다. '안 사길 정말 잘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잘한 건데, 왜 그때는 그렇게 불안했을까?


최근 국내 투자 심리를 분석한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포모(FOMO·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밀어내고 '조모(JOMO·놓침의 기쁨)'를 즐기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심리학은 이 변화가 단순한 투자 철학의 전환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뇌 속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감정 전쟁의 결과라는 것이다.



포모가 뇌를 지배하는 방식: 손실 공포는 이익 기쁨보다 두 배 강하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이론을 통해 인간이 같은 금액의 이득보다 손실에 약 2.25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쉽게 말해, 10만 원을 버는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는 고통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이것이 포모의 심리적 뿌리다.


주변 사람들이 수익을 낸다는 소식이 들릴 때 뇌는 그것을 '내가 놓친 이익'이 아니라 '내가 입은 손실'로 인식한다. 실제로 아무것도 잃지 않았는데도 뇌의 편도체가 위협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이 상태에서는 냉정한 판단보다 충동적인 추격 매수가 훨씬 더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느껴진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포모를 증폭시킨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하킴 실버 심리학과 교수팀이 2023년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SNS 사용 시간이 길수록 투자 관련 포모 지수가 최대 34%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의 수익 인증글을 볼수록 내 선택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셈이다.



조모는 단순한 '쿨함'이 아니다: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


조모는 유행어처럼 보이지만 심리학적으로는 매우 정교한 자기 조절 능력과 연결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제임스 그로스 교수가 제안한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 이론에 따르면 같은 상황을 어떤 틀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감정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을 '기회 손실'이 아닌 '현명한 절제'로 재해석하는 순간, 뇌의 스트레스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재평가가 결과를 본 뒤에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장이 떨어지고 나서야 '안 사길 잘했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후 확증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부른다. 결과를 알고 나면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기억이 재구성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진짜 조모는 사후 확증 편향이 아니다.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 즉 불확실성을 견디는 심리적 내성이 진짜 조모의 본질이다. 심리학에서는 이 능력을 '불확실성 감내력(Tolerance of Uncertainty)'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낮은 사람일수록 포모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NS 수익 인증글이 판단력을 흐리는 이유: 사회 비교 이론의 함정


레온 페스팅거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1954년 발표한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상태를 평가할 때 객관적 기준보다 주변 사람과의 비교를 더 많이 활용한다. 이 성질은 온라인 환경에서 훨씬 강력하게 작동한다. 동아일보가 인용한 연구에서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긍정적 투자 심리가 공유될 때 사람들의 다음 날 수익률 예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변하는 현상이 확인됐다.


문제는 SNS에는 수익 인증글이 손실 인증글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손해를 본 사람은 조용히 앱을 닫지만 수익을 낸 사람은 스크린샷을 올린다. 이 왜곡된 샘플을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뇌는 '모두가 돈을 버는 세상에서 나만 제자리'라는 잘못된 현실 인식을 만들어낸다.


이 인식이 쌓이면 충동적 결정으로 이어진다. 신중하게 기다리던 사람도 연속으로 타인의 수익 소식을 접하면 결국 근거 없이 추격 매수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투자 판단이 시장 분석이 아닌 감정 전염에 의해 결정되는 순간이다.



포모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뇌의 디폴트 설정을 바꾸는 작은 습관


조모를 훈련하는 것은 가능하다. 필립 짐바르도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현재에 집중하는 '시간 관점(Time Perspective)' 훈련이 충동적 의사결정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 '5년 후에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만으로도 편도체의 과잉반응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속 수익 인증글을 보는 시간을 하루 15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관련 불안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글로리아 마크 정보공학과 교수팀의 2022년 실험에서 SNS 열람 시간을 줄인 그룹의 의사결정 충동성 지수가 3주 만에 21.4% 낮아졌다.


오늘, '모두가 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가장 용감한 선택이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그 불안한 감각이 찾아올 때,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선택을 하는가'라고 조용히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포모를 이기는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딱 한 번의 솔직한 자기 질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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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23 07: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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