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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속보 알림이 울린다. 클릭하지 말아야지 싶으면서도 손이 먼저 간다. 유명인의 마약 스캔들, 재벌가 자제의 법정 출두 장면, 연예인의 충격적인 사생활 폭로. 뉴스창을 닫으면서도 다음 기사를 검색하는 자신을 발견한 적 있을 것이다.
마약 피의자 변호를 전담하는 안준형 변호사는 최근 저서에서 '우리 사회의 잔인한 관음증'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추락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우리는 그 화면 앞에 자발적으로 앉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심리학에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개념이 있다. 독일어에서 온 이 말은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은밀한 쾌감을 뜻한다. 우리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사회심리학과 리처드 스미스 교수 연구팀이 2009년 성인 1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실패했을 때 뇌의 보상 회로인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한 사람의 추락을 목격할 때 뇌는 마치 상을 받은 것처럼 반응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보다 훨씬 높은 지위에 있다고 여기는 대상, 이를테면 재벌가나 톱스타일수록 이 반응이 강하게 나타났다. 평소 품어왔던 상대적 박탈감이 클수록, 그 사람의 실패를 지켜보는 쾌감도 커진다는 의미다.
문제는 미디어 환경이 이 본능적 반응을 증폭시킨다는 데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심리학과 매튜 리버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적 정보를 처리할 때 생존 정보를 처리할 때와 동일한 수준의 뇌 자원을 사용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 특히 누가 잘못했는지에 관한 정보는 뇌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한' 신호다.
유명인의 스캔들이 끊임없이 클릭을 유발하는 것은 그래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뇌가 사회적 위계 변화를 추적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해설자, 속보 알림, 댓글창의 폭발적 반응은 이 메커니즘을 쉬지 않고 자극한다.
안준형 변호사가 지적한 '잔인한 관음증'은 사실 개인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구조적으로 강화된 심리 반응에 가깝다. 플랫폼은 클릭을 원하고, 뇌는 클릭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그 사이에서 우리는 선택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다.
재벌가 자제나 정상급 연예인이 마약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반복되는 데도 심리학적 설명이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대커 켈트너 교수는 2012년부터 10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에서 권력과 특권이 '도덕적 둔감화(moral disengagement)'를 촉진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규칙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감각이 점차 내면화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립된 버블' 효과가 더해진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진짜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 주변이 '예스맨'으로 채워지고, 자신의 선택에 제동을 거는 사람이 사라진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사회신경과학 연구팀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은 충동 억제 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려해 보이는 삶이 사실은 심리적 안전망이 가장 취약한 환경일 수 있다. 실패를 경험할 기회도, 솔직한 조언을 들을 기회도, 스스로를 점검할 기회도 줄어드는 구조 안에서 위험한 선택은 더 쉽게 이루어진다.
타인의 추락을 소비하는 행위가 우리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심리학과 바버라 프레드릭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부정적 정보를 반복적으로 접하면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이 일시적으로 높아지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과 비교 심리가 강화된다. 반짝 쾌감 뒤에 공허함이 오는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생중계되는 추락이 그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범죄 사실 자체와 무관하게, 수백만 명이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수치심 경험은 심리적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클릭하는 행위가 그 고통을 유지시키는 구조의 일부라는 사실은 불편하지만 사실이다.
다음에 속보 알림이 울릴 때, 딱 한 번만 멈춰 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왜 이것을 보려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그 잠깐이, 뇌의 자동 반응과 의식적 선택 사이에 작은 간격을 만들어 준다. 그 간격이 우리를 관음증의 구경꾼에서 한 걸음 벗어나게 해주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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