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한 엄마가 또"…연예인 ‘가족 리스크‘, 왜 피해자는 항상 자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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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절연한 엄마가 또"…연예인 '가족 리스크', 왜 피해자는 항상 자녀일까?


열심히 쌓아 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흔들린다. 내가 아닌, 가족 때문에. 장윤정, 김혜수, 블랙핑크 지수, 박세리까지. 최근 연예계에서 '가족 리스크'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스타 본인이 아무리 조심하고 노력해도, 부모나 형제가 일으킨 문제로 커리어 전체가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 현상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저 사람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라는 안타까움,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가족 문제와 겹쳐 보이는 묘한 공감. 심리학은 이 반복되는 패턴에서 무엇을 읽어낼까.



가족이라는 울타리: 보호막인가, 족쇄인가


심리학에서는 가족을 '운명적 관계'라고 부른다. 선택할 수 없었던 관계임에도 우리의 정체성과 심리 전반에 가장 깊이 뿌리내린 연결망이기 때문이다. 수잔 포워드 미국 UCLA 임상심리학과 박사는 저서에서 '독성 부모'라는 개념을 통해, 부모의 문제적 행동이 성인 자녀의 삶 전체에 걸쳐 얼마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예인의 경우 이 영향이 사생활을 넘어 공적 커리어로까지 번진다는 점에서 일반인과 결이 다르다. 가족이 일으킨 사건이 공개적으로 보도되고, 대중은 무의식중에 자녀에게도 책임의 일부를 귀속시키는 심리적 반응을 보인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연좌 효과(association effect)'라고 한다.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의 행동이 자신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2023년 미국 심리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4%가 유명인의 가족 스캔들을 접한 뒤 해당 유명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자녀는 끊어내지 못할까: 죄책감과 경계선의 심리학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왜 피해자인 자녀 쪽이 먼저 관계를 정리하지 않을까. 심리학적으로 이는 '정서적 융합(enmeshment)' 상태로 설명된다. 가족 체계 이론을 정립한 머레이 보웬 미국 조지타운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건강하지 못한 가족 체계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부모와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렵다고 분석했다.


역설적이게도, 부모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그 관계에서 벗어나는 데 더 큰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부모를 버린 나쁜 자식'이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장윤정이 수년에 걸쳐 가족 문제를 감당해 온 과정도, 심리학적으로는 이 죄책감의 함정과 무관하지 않다.


피터 포나기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불안정 애착을 경험한 성인의 약 71%가 관계에서 경계선을 긋는 행동을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내면화한다. '절연'이라는 단어가 뉴스 헤드라인에 등장할 때 우리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바로 이 심리적 구조를 직관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시선: 공감인가, 또 다른 폭력인가


가족 리스크가 보도될 때 댓글창은 대개 둘로 나뉜다. '본인은 잘못이 없으니 응원한다'는 쪽과 '가족 단속도 못 하냐'는 쪽. 후자는 명백한 2차 가해이지만,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과 연결 짓는다. 사람들은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 원인을 당사자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나는 조심하면 그런 일을 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멜빈 러너 캐나다 워털루대 심리학과 교수가 제시한 '공정한 세계 가설(just-world hypothesis)'이 여기서 작동한다. 사람들은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무의식중에 가정한다. 실제로 이 심리 편향은 가족 문제를 겪는 공인에 대한 여론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중요한 건, 이 시선이 피해자에게 또 다른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이다. 팝 가수 비욘세도 아버지의 불륜 스캔들과 세금 체납 문제로 대중의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스타의 국적과 문화가 달라도, 이 구조는 놀라울 만큼 동일하게 반복된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지키는 법: 경계선은 배신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가족과의 경계선을 긋는 것은 그 사람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행위라고. 나르시시즘 연구의 권위자인 레나타 로만넬리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연구원은 '경계선은 관계를 끊는 벽이 아니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문'이라고 표현했다. 경계선이 있어야 오히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예인이든 평범한 직장인이든, 가족 문제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상황이 나의 존재 가치를 정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혹시 지금 가족으로 인한 상처와 죄책감 사이에서 혼자 버티고 있다면, 오늘 딱 한 가지만 해보는 건 어떨까. 가까운 사람에게 '나 요즘 좀 힘들어'라고 말 꺼내는 것. 경계선을 긋는 일도, 결국 그 작은 용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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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24 07: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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