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면 공허함 없어지나요"…딩크 7년 차의 질문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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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아이 키우면 공허함 없어지나요"…딩크 7년 차의 질문이 불편한 이유


오랜만에 친구들 모임에 나갔는데, 대화가 온통 육아와 학군 이야기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혼자 유리 너머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딩크(DINK, 자녀 없이 사는 맞벌이 부부) 7년 차라고 밝힌 30대 남성이 올린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 지인들은 가정 중심으로 살아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공허함이 든다. 아이를 낳으면 이 감정이 사라질까'라는 내용이었다.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고, 반응은 엇갈렸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이 질문 자체에서 중요한 심리적 신호를 읽어낸다.



공허함의 정체: 삶의 의미를 잃은 게 아니라 비교에서 길을 잃은 것


딩크 7년 차 남성이 느끼는 감정은 공허함이라기보다 '사회적 비교불안'에 가깝다. 레온 페스팅거 미국 미네소타대 사회심리학과 교수가 1954년 정립한 사회비교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선택과 상황을 주변인과 비교하며 자기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친구들이 육아라는 공통된 정체성을 형성해 갈 때, 그 바깥에 있는 사람은 '나만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이질감과 불안을 느끼기 쉽다.


이 불안은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속한 집단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신호다. 인간의 뇌는 집단 소속감을 생존 본능과 연결 짓는다. 집단에서 멀어지는 느낌 자체가 위협으로 감지되는 것이다.


실제로 매슈 리버만 미국 UCLA 사회신경과학과 교수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소외감을 경험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는 신체적 고통을 느낄 때와 동일한 영역이다. '친구들이랑 대화가 안 통하는 것 같다'는 감각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는 의미다.



아이가 공허함을 채울 수 있을까: 심리학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면 삶의 의미가 생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다니엘 길버트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자녀 유무와 행복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자녀가 있는 부모의 일상 행복도는 자녀가 없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낮게 측정된다는 연구를 인용했다. 육아에서 오는 보람과 기쁨은 실재하지만, 그것이 공허함을 자동으로 해소해 주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동기로 큰 결정을 내릴 때, 그 결정은 대개 만족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웨스턴 일리노이대 심리학과 크리스토퍼 피터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삶의 의미는 외부 조건이 충족될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가치를 두는 것에 에너지를 쏟을 때 형성된다.


즉, 문제는 아이 유무가 아니라 지금 내 삶에서 진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딩크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 선택 위에서 자신만의 의미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속감의 공백: 육아 중심 사회에서 비부모가 겪는 정체성 위기


한국 사회는 30대 중반 이후 사회적 관계망이 자연스럽게 '육아 동지'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자녀가 없는 사람은 이 과정에서 서서히 기존 관계망 바깥으로 밀려나는 경험을 한다. 실제로 2024년 한국가족학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서 딩크 부부 418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3%가 '30대 중반 이후 기존 친구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 소외감은 딩크라는 선택에 대한 후회와는 별개로 작동한다. 선택 자체에는 만족하면서도 관계의 공백 때문에 막연한 공허함을 느끼는 상태인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목적 없는 소속감 결핍'이라고 부른다. 의미 있는 연결감이 충족되지 않을 때 생기는 정서적 허기에 가깝다.


따라서 이 공허함에 대한 진짜 해결책은 육아가 아니라 '공통된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공동체'를 찾는 일이다. 딩크 커뮤니티, 공통 취미 기반의 모임, 사회기여 활동 등을 통해 소속감을 다시 채우는 사람들이 실제로 더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고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허함과 마주 앉기: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작은 출발


심리학자들은 공허함을 느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구체적으로 이름 붙이기'를 권한다. '나는 외롭다'가 아니라 '나는 공통 화제가 없어서 단절감을 느낀다'고 구체화하면, 해결책도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막연한 공허감이 비교불안인지, 소속감 결핍인지, 아니면 자신의 삶에 대한 점검 신호인지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선택이 틀렸나'보다 '지금 내 삶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묻는 방향으로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공허함이 사라질지 묻기 전에, 지금 내가 진짜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문득 연락이 뜸해진 친구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먼저 말을 건네는 것, 오늘 그 작은 한 걸음이 공허함의 실마리를 당기는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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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28 07: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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