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 싶다" 황정민·뷔·최강희까지…스타에게 집착하는 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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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안고 싶다" 황정민·뷔·최강희까지…스타에게 집착하는 뇌, 무슨 일이?


배우 황정민, 그룹 BTS 멤버 뷔, 배우 최강희까지.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잇달아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고, 미성년자 자녀에게 DM을 보내고, '안고 싶다'는 메시지를 반복 발송하는 행동은 단순한 팬심의 과잉이 아니다.


도대체 왜 어떤 사람들은 만난 적도 없는 연예인에게 이토록 강렬한 집착을 품게 되는 걸까. 심리학은 이 현상 안에 뇌의 보상회로 왜곡과 관계 착각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준사회적 관계: 뇌는 TV 속 그를 '진짜 친구'로 착각한다


심리학에는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는 개념이 있다. 1956년 도널드 호턴과 리처드 올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가 처음 제안한 이 개념은 한쪽만 일방적으로 상대를 알고 있는 관계, 즉 시청자나 팬이 미디어 속 인물에게 실제 친밀감을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핵심은 뇌가 이를 '가짜 관계'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리 아비사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성인 2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을 떠올릴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실제 친밀한 지인을 생각할 때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는 스크린과 현실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준사회적 관계가 점점 강화될수록, 일부 사람들에게는 '나는 저 사람을 알고 있고, 우리는 특별한 연결이 있다'는 확신으로 굳어진다는 데 있다. 여기서 집착은 시작된다.



스토커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 왜곡된 보상 시스템


스토킹은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이 넘친 결과가 아니다. 제니퍼 스미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신경심리학과 연구팀은 스토킹 행동을 보이는 집단에서 도파민 보상 회로가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된 패턴을 확인했다. 좋아하는 대상을 생각하거나 접근을 시도하는 행위 자체가 마치 도박처럼 뇌에 강렬한 보상 신호를 주는 것이다.


특히 연락이 닿지 않거나 거절을 경험할 때, 일반적인 사람은 관심을 거두지만 집착형 스토커는 오히려 반응이 더 강렬해진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간헐적 강화(intermittent reinforcement)' 효과라고 부른다. 예측 불가능하게 주어지는 보상이 행동을 오히려 더 강화시키는 원리다. 슬롯머신이 중독적인 이유와 정확히 같은 메커니즘이다.


황정민 사례에서 해당 여성이 미성년자 자녀에게까지 직접 연락한 것은 이 집착이 이미 일상적 판단력을 압도한 단계임을 보여준다. 스타를 향한 감정이 뇌의 통제 기능 자체를 무력화시킨 상태인 셈이다.



통제욕과 소유욕: '우리는 특별한 사이'라는 착각


집착형 팬덤과 스토킹의 경계를 가르는 핵심은 '상호성의 착각'이다. 데이비드 그린버그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연구원은 2021년 발표한 연구에서 준사회적 관계 강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그 유명인이 나를 개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에 참여한 성인 2000명 중 약 18.4%가 좋아하는 유명인이 자신을 '특별하게 여길 것'이라고 답했다.


이 착각은 SNS 시대에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고, 라이브 방송을 함께하고, 댓글에 좋아요가 달리는 순간 '나와 소통했다'는 착각이 생겨난다. 연예인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면 할수록 팬은 그를 더 잘 안다고 느끼고, 관계의 거리감은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신건강 임상 현장에서는 이를 '에로토마니아(erotomania)', 즉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망상하는 증상의 스펙트럼으로 보기도 한다. 망상 수준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특별한 연결이 있다'는 믿음이 굳어질수록 거절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현저히 낮아진다.



나는 팬인가, 집착인가: 경계를 알아야 할 이유


준사회적 관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위로받고, 동기를 얻고, 공동체 소속감을 느끼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심리 반응이다. 문제는 그 관계가 현실의 인간관계를 대체하기 시작할 때다. 로라 딤비 영국 레스터대 심리학과 교수는 2022년 팬덤 연구에서 준사회적 관계 의존도가 높을수록 실제 대인관계 만족도가 낮았다는 결과를 발표했으며, 특히 외로움 지수가 높은 집단에서 이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나를 점검해 볼 질문이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소식에 하루의 기분이 통째로 좌우된다면, 혹은 그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 가깝다는 소식에 배신감이나 분노가 치솟는다면, 한번쯤 멈춰 자신의 감정 패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팬심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감정이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만들어낸 관계의 환상을 붙잡으려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진짜 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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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7-30 07: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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