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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계획에 없던 다이소에 들어갔다가 양손 가득 봉투를 들고 나온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은가. 정작 필요한 건 한두 가지였는데 '어차피 1000원인데'라는 생각에 카트가 어느새 가득 찬다. 나중에 영수증을 보면 몇 만 원이 훌쩍 넘어 있지만, 이상하게도 죄책감보다는 뿌듯함이 더 크다.
다이소가 지난해 연 매출 4조 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됐고,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숫자로 보면 단순한 유통 성공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심리학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크리스토퍼 챔버스 영국 카디프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을 접했을 때 뇌의 보상회로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 활성화되며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때 소비자가 느끼는 쾌감은 단순히 물건을 얻는 것이 아니라 '거래에서 이겼다'는 승리감에 가깝다.
특히 다이소의 1000원, 2000원이라는 고정 가격 체계는 이 쾌감을 극대화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매번 '이 정도 품질이면 훨씬 비싸야 정상인데'라고 느끼며 심리적 이득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거래 효용(transaction utility)'이라고 부른다. 물건 자체의 가치가 아닌, 지불한 가격과 기대 가격 사이의 차이에서 오는 만족감이다.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당시 이 개념을 핵심 이론으로 제시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원래 5만 원짜리를 1만 원에 샀다'는 느낌이 있으면 소비자는 더 큰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다이소는 이 심리적 기제를 무의식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인은 하루에 수만 가지 선택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뇌는 서서히 지치는데,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라고 명명했다. 선택이 거듭될수록 판단력이 떨어지고, 결국 뇌는 가장 쉬운 길을 찾게 된다.
다이소의 균일가는 이 결정 피로를 단번에 해소해준다. '이게 비싼 건지 싼 건지' 비교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균일하게 저렴하니 가격 고민 없이 필요한 물건을 집어 들면 그만이다. 뇌의 인지 부하가 줄어드는 순간 소비 결정이 빨라지고, 매장 체류 시간이 길어지며 구매 품목도 늘어난다.
실제로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시나 아이엔가 교수의 '잼 연구(Jam Study)'는 이를 뒷받침한다. 선택지가 24개일 때보다 6개일 때 소비자의 구매율이 10배 높았다. 다이소는 역설적으로 상품 수는 많지만 가격 선택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소비자의 결정 부담을 거의 없애버린다.
요즘처럼 물가가 불안한 시대에 소비자들은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장을 보러 갔다가 한 봉지에 몇 천 원이 훌쩍 넘는 채소 앞에서 한숨을 쉬는 경험, 낯설지 않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통제감(sense of control)'을 회복하려는 본능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저가 균일가 매장에서의 소비는 그 통제감을 되찾아주는 하나의 경험이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부담 없이 살 수 있다'는 느낌이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란 키베츠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마케팅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적 불안감이 높을수록 소비자들은 소액이라도 '내가 선택했다'는 능동적 소비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이 다이소에 열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낯선 나라에서의 소비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다. 하지만 모든 것이 명확하게 저렴한 공간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마음껏 고를 수 있다. 그 자체가 여행에서의 즐거운 경험이 된다.
다이소 쇼핑에는 '허용 심리(licensing effect)'가 강하게 작동한다. 한 번 작은 소비를 허락하면 뇌가 스스로에게 추가 소비를 정당화하기 시작하는 현상이다. '이미 절약하고 있으니까 이것 하나 정도는'이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바구니가 가득 차게 된다. 닐라 아이아가르 미국 예일대 마케팅학과 교수의 2021년 연구에서는 저가 상품을 먼저 구매한 소비자가 이후 추가 구매에 더 관대해지는 경향이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소비가 끝난 뒤에도 부정적인 감정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다. 수십만 원짜리 충동구매 뒤에 찾아오는 후회와 달리, 다이소에서의 소비는 '그래도 저렴하게 샀잖아'라는 자기합리화가 쉽게 작동한다. 죄책감을 방어하는 심리적 쿠션이 이미 가격 안에 내장되어 있는 셈이다.
다음번 다이소에 들어갈 때 잠깐 멈춰보자. 지금 내가 손에 쥐려는 이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뇌가 '이득'이라고 속삭이는 소리에 반응하는 것인지. 소비의 심리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물론 1000원짜리 행복도 때로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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