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월급의 절반을 날렸다. 그런데도 다음 날 또 앱을 켰다. '이번엔 다르다'는 생각과 함께. 혹시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바로 당신 이야기인가?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서 하루 만에 30% 손실을 경험하고도 투자를 멈추지 못하는 20대가 늘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다시 증거금으로 넣고, 손실을 '다음 상승장에서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버티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욕심'의 문제가 아니다. 뇌과학과 심리학이 설명하는, 훨씬 더 깊은 이야기다.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현상은 행동경제학에서 '손실 회피(loss aversion)'와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의 결합으로 설명된다.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심리적으로 약 2.5배 더 크게 느낀다. 문제는 이 고통이 '복수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뇌는 손실을 '미완성 과제'로 인식한다. 신경과학 연구에서 확인된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처럼, 마무리되지 않은 일에 집착하도록 설계된 뇌는 손실을 회복하기 전까지 투자를 '끝나지 않은 게임'으로 처리한다. 그래서 이성적으로는 '그만두자'고 생각하면서도, 뇌가 계속 시장으로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은 이 심리를 극단적으로 자극한다. 변동성이 클수록 도파민 분비가 강해지고, 빠른 손실만큼 빠른 회복 가능성도 커 보이기 때문이다. 20대 투자자들이 안정형 상품보다 고위험 레버리지에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2년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가 성인 투자자 8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단기 고빈도 거래자의 68.3%가 도박 중독 판별 기준 중 3개 이상의 행동 패턴을 보였다. 주식 투자가 도박과 같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간헐적 강화(intermittent reinforcement)', 즉 예측 불가능한 타이밍에 보상이 주어지는 구조가 뇌의 중독 회로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슬롯머신이 매번 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더 당기고 싶어지듯, 주가도 언제 오를지 모르기 때문에 더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나탈리 크리스티안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연구원은 '불확실성 자체가 보상 회로를 자극하는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결과가 확실하면 흥미를 잃고, 불확실하면 집착한다.
뇌의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은 만 25세가 넘어야 완전히 성숙한다. 사라 제인 블레이크모어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인지신경과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대 초반은 보상에 반응하는 변연계가 전두엽보다 훨씬 활성화된 상태다. 즉, '지금 당장의 이익'에 훨씬 예민하고, '장기적인 손해'를 무감하게 처리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맥락이 더해진다. '영끌', '빚투',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된 세대에게 주식은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다. 고물가와 부동산 절망 속에서 '빠르게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처럼 인식된다. 최명원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희망이 없다고 느낄수록 고위험 선택에 끌린다는 것은 행동경제학에서 반복 확인된 패턴'이라고 말한다.
2024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개인 투자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자 중 20대 비율은 33.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이들의 평균 손실 인식 시점은 원금의 51.8%를 잃은 후였다. 절반이 날아가고 나서야 '손실'이라고 느낀 것이다.
전문가들은 손실 후 강박적 재투자를 반복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72시간 규칙'을 제안한다. 충동적인 매수 욕구가 생겼을 때 최소 72시간을 기다리면, 전두엽이 개입해 감정 기반 판단을 교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인지행동치료학회는 과도한 투자 집착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수준이라면 인지행동치료(CBT) 상담을 권고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실이 곧 실패가 아니다'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뇌는 손실을 미완성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집착한다. 하지만 '이번 손실에서 배운 것을 기록하고 마무리 짓는 행위', 즉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순간 뇌는 비로소 그 과제를 '완료'로 처리할 수 있다. 오늘 손실 일지 한 줄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멈추는 첫 번째 연습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2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