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벨 들 거 아니면 쳐다보지마"…새벽 2시 헬스장까지 쫓아오는 팬, 이건 사랑일까 집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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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벨 들 거 아니면 쳐다보지마"…새벽 2시 헬스장까지 쫓아오는 팬, 이건 사랑일까 집착일까
  • 기사등록 2026-08-14 06: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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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덤벨 들 거 아니면 쳐다보지마"…새벽 2시 헬스장까지 쫓아오는 팬, 이건 사랑일까 집착일까


좋아하는 가수의 새벽 운동 루틴을 파악해 헬스장을 예약하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호텔 앞에서 몇 시간씩 기다린다. 스스로는 '팬 활동'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아이돌은 카메라 20대가 따라붙은 헬스장에서 운동도 제대로 못 하고 항의 영상을 찍어야 했다.


최근 BTS 뷔와 정국이 새벽 2시 헬스장에 팬 20명이 몰려들었다며 직접 불편함을 호소한 사건이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영상을 통해 '덤벨 들 거 아니면 쳐다보지 마'라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팬들은 왜 이 선을 자꾸 넘는 걸까.



파라소셜 관계: 스크린 속 친구를 현실에서 찾아 나서는 뇌


심리학에서는 유명인과 일방적으로 형성하는 감정적 유대를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부른다. 1956년 도널드 호튼과 리처드 올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가 처음 개념화한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화면을 통해 반복적으로 접하는 대상에게도 실제 친구와 비슷한 친밀감을 느낀다.


문제는 이 관계가 완전히 일방적이라는 데 있다. 팬은 유명인의 표정, 목소리, 생활 습관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느끼지만, 정작 상대방은 팬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뇌는 이 비대칭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우리는 가까운 사이'라는 착각을 유지한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유튜브, SNS가 일상화된 환경에서 팬들은 아이돌의 일상을 24시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접촉 빈도가 높아질수록 친밀감은 더욱 깊어지고, 파라소셜 관계는 점점 실제 인간관계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도파민과 보상 회로: '조금만 더 가까이'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


좋아하는 아이돌을 실제로 마주치는 경험은 뇌의 보상 회로를 강력하게 자극한다. 브라이언 크누트슨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과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대하던 보상을 실제로 얻는 순간 복측피개부에서 도파민이 급격히 분비되며 이 패턴이 반복되면 뇌는 해당 행동을 강화학습으로 기억한다.


새벽 헬스장 원정, 공항 마중, 숙소 앞 대기는 모두 이 보상 회로의 산물이다. 한 번이라도 눈이 마주치거나 손을 흔들어 주면, 뇌는 '이 행동을 반복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도박 중독과 구조가 흡사하다. 불확실하고 간헐적인 보상일수록 행동을 더욱 집착적으로 만든다.


2022년 국제팬덤연구저널에 실린 연구에서 성인 팬 8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라소셜 관계의 강도가 높을수록 유명인을 직접 만나려는 시도 빈도도 비례해서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를 '현실화 충동(reality-seeking impulse)'으로 개념화했다.



경계 무감각: '나는 팬이니까 괜찮다'는 착각의 심리학


팬 활동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데는 집단 심리도 작용한다. 자신이 속한 팬덤 집단의 행동 기준이 개인의 도덕 판단 기준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현상을 '집단 규범 우선화(group norm prioritization)'라고 한다.


주변에 같은 행동을 하는 팬이 20명 있다면,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개인의 죄책감을 희석시킨다. 상대방이 불편함을 표현했을 때조차 '우리 오빠는 원래 저래'로 해석하거나 '내가 나쁜 의도는 아니잖아'로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선한 의도와 실제 피해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 커뮤니티가 '직캠 공유', '동선 제보' 문화를 자연스럽게 허용해 온 관행도 문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팬에게는 아이돌의 사적 공간 추적이 팬 활동의 일부로 내면화돼 있다.



팬덤 문화와 심리적 건강: '좋아하는 것'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면


클리포드 나스 미국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생전 연구에서 파라소셜 관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명인을 응원하고 음악에서 위안을 받는 것은 건강한 팬 활동이다. 문제는 그 관계가 현실의 인간관계를 대체하거나, 상대방의 경계를 침범하기 시작할 때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준은 단순하다. 좋아하는 아이돌에 관한 생각이 하루 일과 대부분을 차지하는지, 그 사람과 관련된 활동을 위해 수면이나 사회적 약속을 반복적으로 포기하는지, 상대방이 불쾌감을 표현했는데도 행동을 바꾸지 않는지. 이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한 번쯤 멈춰 설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마음은 상대를 빛나게 하는 응원일 때 가장 아름답다. 뷔와 정국이 새벽 헬스장에서 편히 운동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팬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오늘 하루, 응원 메시지 하나를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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