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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오늘도 장이 열리자마자 스마트폰을 켰다. 어제 또 빠졌다. 마이너스 숫자를 보는 순간 손이 먼저 움직인다. '여기서 팔면 손해 확정이잖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를 거야.'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마통(마이너스통장)까지 건드렸다.
최근 주식 투자가 일상화되면서 손실을 만회하려는 심리에 빠져 과도한 매매를 반복하는 이른바 '주식 중독'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한 의지력 부족일까, 아니면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일까.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1979년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발표한 연구에서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은 같은 금액의 이익을 얻는 기쁨보다 손실을 볼 때의 고통을 약 2.5배 더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이를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이라 한다.
이 편향이 주식 시장에서는 치명적으로 작동한다. 10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괴로움이 훨씬 크기 때문에, 우리 뇌는 손실을 '확정'하는 행위 자체를 극도로 꺼리게 된다. 손절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주가를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인 셈이다.
여기에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까지 더해진다. 이미 잃은 돈이 아깝다는 생각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돈의 출처가 생활비에서 대출로 바뀌어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탈리 스미스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1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주식 단기 매매는 도박과 유사한 신경 회로를 활성화한다. 수익과 손실이 불규칙하게 반복될 때 뇌의 보상 중추인 측좌핵에서 도파민이 더 강렬하게 분비된다는 것이다. 슬롯머신이 '가끔' 당첨되기 때문에 더 강한 중독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루에도 수십 번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주가 그래프는 그 자체로 강력한 도파민 자극원이 된다. 수익을 냈을 때의 짜릿함, 손실을 봤을 때의 회복 충동이 반복되면서 뇌는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월급 전부, 그다음에는 대출까지 손을 뻗는 패턴이 여기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 상태가 깊어지면 스스로 인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정신의학회(APA)의 정신질환 진단 기준인 DSM-5는 도박 장애의 핵심 증상으로 손실을 만회하려는 추격 매매, 투자액 증가 충동, 그만두려 해도 못 멈추는 상태를 명시하고 있다. 주식 중독의 증상과 상당 부분 겹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2023년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주식·코인 등 금융 투자로 인한 문제성 도박 위험군 비율이 전체의 1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비율이 높았으며, 이 중 51.8%가 손실 이후 추가 투자를 위해 대출이나 지인에게 돈을 빌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중독 상태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 특징이 있다. 투자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침투적 사고', 수익이 나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베팅을 원하는 '내성', 주식 앱을 끄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금단 증상'이 대표적이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투자와 중독의 경계는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수면
식사
관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시점
이라고 강조했다.
중독의 무서운 점은 수익이 날 때도 멈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잃어서 못 그만두는 게 아니라, 이겼을 때의 자신감이 오히려 더 큰 베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하우스머니 효과(House Money Effect)'라 부른다. 공돈처럼 느껴지는 수익에 대해서는 위험한 선택을 더 쉽게 한다는 것이다.
주식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권고되는 방법은 '자극 통제 전략'이다. 증권사 앱 푸시 알림을 끄고, 장 중 확인 횟수를 하루 두 번으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충동적 매매 빈도가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국 서식스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증권 알림을 차단한 투자자 그룹은 대조군보다 충동 매매를 33.1%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질문이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투자 때문에 잠을 설친 적이 3회 이상인가', '손실을 배우자나 가족에게 숨긴 적이 있는가', '그만두려 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는가'. 이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상담 전화(1336)나 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1577-0199)를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내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뇌가 그렇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것임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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