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빠진 걸까, 신경계가 오래 과열된 탓일까…층간소음 살인까지 번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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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빠진 걸까, 신경계가 오래 과열된 탓일까…층간소음 살인까지 번지는 이유
  • 기사등록 2026-08-18 06: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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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빠진 걸까, 신경계가 오래 과열된 탓일까…층간소음 살인까지 번지는 이유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사람들이 나빠진 걸까, 신경계가 오래 과열된 탓일까…층간소음 살인까지 번지는 이유


아파트 복도에서 이웃과 눈이 마주쳤을 때, 문득 심장이 쿵 내려앉은 적이 있는가. 위층 발소리에 천장을 노려보다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 적은? 예전 같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겼을 일에, 요즘은 왜 이토록 격렬하게 반응하게 되는 걸까.


함영준 칼럼니스트가 최근 동아일보 지면에서 지적했듯, 층간소음 다툼이나 주차 갈등이 끔찍한 사건으로 번지는 일이 잦아졌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여겨진 나라들의 의회에서도 폭력적 언어가 난무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나빠진 걸까, 아니면 우리 몸 안에 다른 무언가가 달라진 걸까.



과열된 신경계: 작은 자극도 '위협'으로 읽히는 몸


스테판 포지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정신의학과 명예교수는 '다미주 이론(Polyvagal Theory)'을 통해 인간의 신경계가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면 일상적인 자극조차 생존 위협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위층에서 들리는 발소리 하나가 뇌에게는 '공격 신호'로 처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회(APA)가 2023년 미국 성인 31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실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가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쉽게 화가 난다'고 답했다. 5년 전 같은 조사에서 이 수치는 43%였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분노 반응성이 대폭 높아진 것이다.


신경계가 오랫동안 경계 상태를 유지하면 전두엽, 즉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기능이 억제된다. 편도체는 활성화되고 전두엽은 조용해지는 이 상태에서는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건가'라는 순간적 해석이 논리적 검토 없이 행동으로 직결된다.



만성 스트레스와 분노 역치: '참을 수 있는 한계'가 낮아졌다


조지 보나노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임상심리학과 교수의 연구팀은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성인 1847명의 감정 조절 능력 변화를 추적한 결과, 팬데믹을 거친 이후 분노 폭발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31% 단축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른바 '분노 역치(anger threshold)'가 낮아진 것이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분비시킨다. 코르티솔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뇌의 해마 부피가 줄어들고, 감정을 조절하는 회로의 민감도가 떨어진다. 결국 예전에는 가볍게 넘겼을 이웃의 음악 소리, 동료의 한마디가 참을 수 없는 도발로 느껴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하다. 세계보건기구(WHO)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평균 노동 시간은 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길고, 수면 시간은 최하위권이다. 만성 수면 부족은 전두엽 기능을 하루 최대 20%까지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 몸이 이미 한계에 가까이 와 있는 셈이다.



디지털 과부하: 신경계를 쉬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원인


글로리아 마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정보과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알림 하나가 울릴 때마다 신경계가 '새로운 위협을 탐지하는 모드'로 전환된다고 설명한다. 2023년 연구에서 마크 교수팀은 하루 평균 96번의 스마트폰 확인 행동이 신체적 각성 반응, 즉 심박수 상승과 근육 긴장을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신경계가 하루에 수십 번씩 각성과 이완을 반복하면 결국 '회복 탄력성'이 고갈된다. 퇴근 후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자극적인 뉴스를 끝없이 스크롤하는 행동도 신경계에게는 쉬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일을 시키는 셈이다. 몸은 집에 있지만 뇌는 여전히 전장에 있다.


이런 상태가 누적되면 아주 작은 자극, 예를 들어 마트 계산대에서 새치기를 당하거나 카카오톡 답장이 늦는 것만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분노 반응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사람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신경계가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지금 당장 신경계를 식히는 방법: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과열된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포지스 교수는 '생리적 한숨(physiological sigh)', 즉 코로 크게 숨을 들이쉰 뒤 짧게 한 번 더 들이쉬고 천천히 길게 내쉬는 호흡을 하루 수 차례만 실천해도 부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어 각성 상태를 빠르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스탠퍼드대 앤드루 휴버먼 신경과학과 교수팀도 2023년 연구를 통해 이 호흡법이 단 1분 만에 심박수를 평균 11% 낮춘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스마트폰 화면을 보지 않는 시간을 하루 30분만 확보하는 것, 점심 식사 후 10분간 걷는 것만으로도 코르티솔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웃의 발소리에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그 분노가 전적으로 이웃의 잘못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오늘 저녁,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길게 숨을 내쉬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신경계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휴식이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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