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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누군가 나를 어떻게 볼지, 뒤에서 무슨 말을 할지 두려워 발걸음이 멈춘 적이 있는가. 전 세계가 사랑했던 배우 장만옥이 3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며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들의 말이 두렵다'고.
수십 년간 쏟아진 악의적인 스캔들과 대중의 시선이 한 사람을 얼마나 오래 묶어둘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고백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장만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이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의 부정적 평가를 두려워하는 현상을 '평가 공포(Fear of Negative Evaluation)'라고 부른다.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왓슨 노트르담대 심리학과 교수가 1969년 개념화한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적 거절이나 비판을 받을 때 신체적 위협과 동일한 수준의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뇌 영상 연구에서도 이는 확인된다. 나오미 아이젠버거 미국 UCLA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거절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전두대상피질과 거의 일치한다. 다시 말해, 비난의 말 한마디가 뇌에게는 실제 타격처럼 느껴지는 셈이다.
장만옥이 경험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과거 연인 관계가 악의적으로 부풀려지고, 신문들이 앞다투어 가십을 쏟아내던 시절, 그 자극이 뇌에 남긴 흔적은 35년이라는 긴 공백으로 이어졌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타인의 시선에 느끼는 두려움은 대부분 과장되어 있다. 토머스 길로비치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0년 연구에서 이를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라고 명명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민망한 티셔츠를 입고 방에 들어가게 한 뒤, 몇 명이 티셔츠를 알아챘을지 추정하게 했더니 실제보다 평균 2배 이상 많다고 예측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느라 정작 타인에게는 그리 오래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온라인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악의적인 댓글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당사자는 그 소수의 목소리를 전체 여론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장만옥이 두려워한 '사람들의 말'도 실제로는 그가 체감한 것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뇌는 위협을 실제보다 크게 기억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그 공포는 현실과 무관하게 오래 지속된다.
반복적인 대중의 비난과 미디어의 왜곡 보도는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심리적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베셀 반 데어 콜크 미국 보스턴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저서 '몸은 기억한다'에서 트라우마가 개인의 자아 인식과 타인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적 관계에서 비롯된 상처는 신체적 외상보다 회복 속도가 느린 경향이 있다.
2019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심리학과 연구팀이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대중의 비난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사회적 접촉 회피 성향이 67.3% 높게 나타났다. 공공장소에 나서는 것 자체를 위협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35년이라는 장만옥의 공백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뇌와 몸이 선택한 자기 보호였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그럼에도 장만옥은 돌아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발현으로 본다. 조지 보나노 미국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는 2004년 연구를 통해, 트라우마 경험자의 약 35.2%는 외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기능을 회복하는 자연 회복 경로를 걷는다고 밝혔다. 회복의 핵심은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힘, 즉 내러티브 재구성 능력이다.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한 발짝 나아가는 것, 그것이 장만옥이 35년 만에 대중 앞에 서며 보여준 가장 큰 용기다. '사람들의 말이 두렵다'는 고백은 패배가 아니라, 그 두려움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한 사람의 솔직한 선언이기도 하다.
당신도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하고 싶은 말을 삼키거나, 나가고 싶은 자리를 포기한 적이 있다면, 오늘 딱 한 가지만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두려움이 생각보다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부터. 장만옥처럼, 두려움을 들고도 무대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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