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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혼자 사는 어머니에게 강아지를 입양해드렸더니 눈빛이 달라졌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산책을 나가고, 밥을 챙기고, 잠자리에서 온기를 나누는 그 작은 루틴이 노인의 하루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한 '기분 좋은 변화'에 그치는 게 아니었다. 최근 연구 결과는 반려견을 키우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절반 가까이 낮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강아지와의 동거가 뇌에 어떤 일을 일으키는 걸까.
일본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팀이 65세 이상 고령자 1만 1194명을 대상으로 약 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반려견을 키우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4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묘를 키우는 경우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연구팀은 그 핵심 이유로 '신체 활동의 강제성'을 꼽았다. 고양이는 주인이 피곤하면 함께 쉬어도 되지만, 강아지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산책을 요구한다. 하루 평균 20~30분씩 걷는 이 강제된 운동이 해마 부피를 유지시키고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춘다는 것이다.
치매 예방에서 신체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여러 연구가 증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신체 활동이 치매 위험을 30% 줄인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반려견과의 매일 산책은 사실상 이 기준을 자연스럽게 충족시켜 주는 셈이다.
신체 활동만이 전부가 아니다. 반려견과 눈을 맞추는 순간, 인간의 뇌에서는 '사랑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나고야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의 실험에서 반려견과 3분간 눈을 맞춘 보호자의 소변 내 옥시토신 농도가 평균 57.2%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치는 부모가 아기를 바라볼 때 나타나는 수준과 유사하다.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억제하고, 불안과 우울감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노년기에 가장 치명적인 심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만성적 외로움과 무기력감인데, 반려견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로빈 오웬스 교수는 2022년 발표한 연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독거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사회적 고립감을 33.1%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아지와 '오늘도 잘 잤어?' 하고 나누는 아침 인사가 뇌 입장에서는 실제 사회적 교류와 유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구조화된 일과'는 인지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은퇴 후 또는 자녀가 독립한 뒤 갑자기 하루의 목적과 리듬을 잃어버리는 노인들이 많다. 바로 이 시점에서 반려견이 예상치 못한 역할을 한다.
아침 6시 밥, 오전 10시 산책, 저녁 7시 간식. 강아지는 절대 이 일정을 어기지 않는다. 이 규칙적인 루틴은 노인의 생체 리듬을 안정시키고, 하루에 '해야 할 이유'를 부여한다. 임상심리사들은 이를 '외부 동기 제공자'라고 부른다. 내가 아파도 일어나야 하고, 비가 와도 나가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노인정신건강 연구팀이 2023년 65세 이상 노인 5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노인의 수면 규칙성 지수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28.4% 높게 나타났다. 수면의 질은 치매 예방과 직결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물론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마냥 장밋빛 해법은 아니다. 연구팀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현실적 장벽이 있다. 건강이 나빠지거나 요양 시설에 입소해야 할 경우, 반려동물을 계속 돌볼 수 없게 되는 상황이다. 이 걱정 때문에 처음부터 반려동물 입양을 포기하는 고령자가 적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령자 반려동물 돌봄 연계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보호자가 입원하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겼을 때 임시 위탁 가정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반려견과 함께 입주할 수 있는 시니어 주거 공간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지금 부모님이 혼자 사고 계신다면, 혹은 노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 중이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하다. 매일 꼬리를 흔들며 당신을 기다리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이 뇌에게는 가장 강력한 치매 예방약이 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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