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요즘 SNS를 열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맥싱(Maxing)'. 수면도 맥시마이즈, 식단도 맥시마이즈, 피부도 맥시마이즈. 뭐든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직성이 풀리는 이 트렌드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 6월 미국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트렌드 보고서에서 올여름을 '맥싱의 여름'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처음엔 건강 관리처럼 보인다. 더 잘 자고, 더 잘 먹고, 더 잘 관리하겠다는 의지. 그런데 잠깐, 이 끝없는 '최대화'의 충동이 오히려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
심리학에는 '맥시마이저(Maximizer)'라는 개념이 있다. 배리 슈워츠 미국 스워스모어대 심리학과 교수가 2004년 저서 '선택의 역설'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항상 최선의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슈워츠 교수는 성인 17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맥시마이저들이 더 나은 결과를 얻으면서도 오히려 만족도는 낮고, 우울감과 후회 수준은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왜일까. 최대화를 추구할수록 비교 대상이 무한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면을 8시간 채웠어도 9시간을 자는 사람의 영상이 눈에 들어오고, 피부 관리를 10단계로 해도 12단계 루틴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올라온다. 목표 지점이 계속 멀어지는 셈이다.
슈워츠 교수는 이를 '기회비용 민감성'으로 설명한다. 맥시마이저는 어떤 선택을 해도 포기한 다른 선택지가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결국 아무리 좋은 결과를 얻어도 '더 좋을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만족감을 갉아먹는다.
맥싱 트렌드가 심리학적으로 위험한 이유는 완벽주의와 깊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고든 플렛 캐나다 요크대 심리학과 교수는 2022년 발표한 연구에서 완벽주의적 자기 통제를 강하게 추구할수록 번아웃(소진) 위험이 2.3배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모든 영역을 동시에 최적화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뇌의 실행 기능을 과부하 상태로 몰아가는 것이다.
특히 SNS라는 환경이 이 문제를 증폭시킨다. 오전 5시에 기상해 운동하고, 영양 완벽한 식단을 차리고, 냉탕 샤워까지 마친 사람의 브이로그를 보고 나면,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상향 사회 비교(Upward Social Comparison)'라고 부른다. 나보다 나아 보이는 대상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존감이 내려앉는 현상이다.
토마스 조이너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상향 비교는 '좌절된 소속감'과 '짐이 된다는 인식'을 동시에 자극하며 정서적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 열심히 하려고 시작한 맥싱이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는 칼이 되는 것이다.
맥싱 열풍이 단순한 자기계발 트렌드가 아닌 이유가 있다. 그 안에는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주입하는 '생산성 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 내 몸도, 시간도, 감정도 모두 최대 효율로 운영해야 한다는 압박. 쉬는 것조차 '수면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관리 대상이 되고, 감정도 '멘탈 맥싱'이라는 틀 안에서 통제해야 할 무언가가 된다.
아리스티드 아르마투스 영국 바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 통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화가 개인에게 만성적인 죄책감을 심어준다고 지적한다. 2021년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해야 할 루틴'을 하나라도 빠뜨렸을 때 느끼는 죄책감 수준이 10년 전보다 평균 38%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루틴 하나를 빼먹은 날, 하루 전체가 망한 것 같은 그 느낌. 나만 이런 건 아닌 것이다.
결국 맥싱은 불안의 산물이기도 하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두려움, 현재에 만족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철저하게를 부추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성취 불안(Achievement Anxiety)'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맥싱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슈워츠 교수는 맥시마이저의 반대편에 있는 '새티스파이서(Satisficer)', 즉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새티스파이서는 최선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선택을 찾는 순간 멈출 줄 아는 사람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감각,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심리적 근육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 루틴 중 하나를 의도적으로 건너뛰어 보자. 8단계 스킨케어 대신 2단계로 마치거나, 45분 운동을 15분으로 줄여보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그 질문에 '그래, 충분해'라고 답할 수 있는 날이 늘어날수록, 삶은 조금 더 가벼워질 것이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12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