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도 빠졌다…‘고위험 투자 중독‘의 심리학적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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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도 빠졌다…'고위험 투자 중독'의 심리학적 함정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정신과 의사도 빠졌다…'고위험 투자 중독'의 심리학적 함정


손실을 만회하려다 더 큰 손실을 봤다. 그래서 이번엔 진짜 만회하려고 더 큰 금액을 베팅했다. 사람의 심리와 중독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조차 고위험 투자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고백이 최근 금융 칼럼을 통해 알려지며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 이야기가 남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주식 앱을 하루에 수십 번 들여다보고, 손실 알림이 뜰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 당신의 뇌는 이미 투자 중독의 회로를 타고 있을 수 있다.



손실이 커질수록 더 위험한 베팅을 한다: 뇌가 빠지는 '손실 회피의 역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십 년의 연구를 통해 인간이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보다 손실에 약 2배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를 '손실 회피 편향'이라고 부른다. 10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 손실 회피 편향이 오히려 더 위험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이미 잃은 돈을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충동이 생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손실 만회 편향(break-even effect)'이라고 부른다. 잃을수록 더 큰 판을 벌이고, 그러다 더 크게 잃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행동경제학 연구팀이 2021년 개인 투자자 2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의 68.4%가 이후 거래에서 평균 레버리지 비율을 3배 이상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 투자 결정을 이끄는 셈이다.



도박과 주식이 뇌에 미치는 영향: 도파민이 만드는 위험한 착각


나탈리아 로렌조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과학과 연구원 팀은 2022년 발표한 연구에서, 주식 거래를 반복하는 투자자의 뇌에서 도박 중독자와 유사한 도파민 분비 패턴이 관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익이 날 때만 도파민이 분비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기다리는 바로 그 순간에 분비량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이다.


슬롯머신이 매번 같은 결과를 낸다면 아무도 중독되지 않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야말로 중독을 만드는 핵심 연료다. 주식 시장이 가진 본질적인 불확실성은 뇌의 보상 회로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 '이번 한 번만 더' 라는 생각을 멈추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뇌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엔 10만 원 투자로도 두근거렸던 사람이, 어느 순간 1000만 원을 넣어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알코올 중독이나 약물 중독의 진행 패턴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확증 편향과 과잉 확신: '나만 믿는' 투자자가 가장 위험한 이유


투자 중독의 또 다른 심리적 덫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한 번 특정 종목이나 투자 방향에 베팅하면, 그 이후부터는 자신의 판단을 지지하는 정보만 눈에 들어오고 반대되는 신호는 자동으로 걸러내게 된다. 레이 다우트리 영국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0년 500명의 개인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손실 구간에 있는 투자자일수록 긍정적인 전망 기사를 선택적으로 더 많이 탐색하는 경향이 51.8%나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과잉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까지 더해진다. 한두 번 수익을 낸 경험이 있으면, 자신이 시장을 꿰뚫어 볼 수 있다는 착각이 생긴다. 운을 실력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이 착각이 더 큰 금액, 더 위험한 투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문가조차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매일 장이 열리는 오전 9시마다 주식에 매달리느라 반복해서 지각할 정도였다는 정신과 의사의 고백은, 중독 앞에서는 지식이나 직업적 경험도 완전한 방패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뇌를 속이지 않는 투자 습관


투자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내가 중독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스티브 야노프스키 미국 국립보건원(NIH) 행동의학 연구부장은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한다. 자책보다 구조를 바꾸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식 앱 알림을 하루 두 번으로 제한하거나,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 24시간의 냉각 기간을 두는 것만으로도 충동적인 거래를 33%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오늘 주식 앱을 열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 잠깐 멈추고, 지금 이 결정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닌지를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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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02 08: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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