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여자"…WNBA 스타 스토킹한 55세 남성, 뇌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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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넌 내 여자"…WNBA 스타 스토킹한 55세 남성, 뇌에서 무슨 일이?


미국 여자농구 리그(WNBA)의 최고 스타에게 수십 통의 메시지를 보내고 경기장까지 찾아간 55세 남성이 결국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가 남긴 말은 단 한 문장이었다. '넌 내 여자.'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향해 어떻게 이런 감정이 싹트는 걸까.


스토킹은 단순한 집착이 아니다. 뇌과학과 심리학은 스토킹 가해자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첫걸음이 된다.



스토커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 왜곡된 보상시스템


스토킹 가해자의 뇌는 상대방을 생각할 때마다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쾌락과 보상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도박이나 마약 중독과 동일한 회로를 활성화시킨다. 브라이언 스프리처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캠퍼스 심리학과 교수는 2019년 연구에서 스토킹 가해자의 뇌 활동 패턴이 강박적 도박 중독자의 것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보상회로가 '실제 관계'가 아닌 '상상 속 관계'에 의해서도 충분히 작동한다는 점이다. 상대가 자신을 모를수록, 거절할수록 오히려 긴장감이 높아지고 도파민 분비량도 늘어나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된다. 거절이 뇌에게는 게임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신호처럼 읽히는 셈이다.


특히 유명인을 향한 스토킹에는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는 심리 현상이 깊이 개입한다. 파라소셜 관계란 미디어를 통해 일방적으로 형성되는 친밀감으로, 시청자나 팬이 유명인을 실제 지인처럼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존 호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1956년 처음 개념화한 이후, 소셜미디어 시대에 들어서며 그 강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통제욕과 소유욕: '너는 내 것'이라는 착각


스토킹 가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심리 패턴 중 하나는 '소유적 애착(possessive attachment)'이다. 애착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불안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확인과 보상을 요구하며, 거절당했을 때 분리불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킴 바토스 미국 버지니아커먼웰스대 심리학과 교수가 2021년 스토킹 가해자 3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71.3%가 불안형 또는 회피형 애착 패턴을 보였다고 밝혔다.


WNBA 스타를 스토킹한 이 남성의 경우처럼, 피해자와 단 한 번도 교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관계'를 확신하는 인지 왜곡도 나타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에로토마니아(erotomania)'라고 부른다. 유명인이 자신과 사랑하는 관계에 있다는 망상적 믿음으로, 가해자는 상대의 모든 행동을 자신을 향한 신호로 해석한다. 선수가 경기 중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도, 인터뷰에서 웃는 것도 모두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된다.


여성 스포츠 선수를 향한 스토킹은 단순한 집착을 넘어 여성혐오적 지배 욕구와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다수 외신은 WNBA가 선수 보호를 위한 전담 팀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대응의 한계를 지적했다.



거절이 뇌에게 주는 충격: 마치 물리적 고통처럼


스토킹 피해자가 명확히 거절 의사를 밝혀도 가해자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단 크로스 미국 미시간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1년 뇌 영상 연구에서 사회적 거절이 활성화시키는 뇌 부위가 신체적 통증을 처리하는 부위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밝혔다. 즉 거절은 뇌에게 말 그대로 '아픔'이다.


문제는 스토킹 가해자들이 이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거절 자체를 부정하거나 재해석하는 방어기제를 동원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마음이 바뀔 거야'라는 식의 자기합리화가 반복되면서 집착의 고리가 끊기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의지 문제가 아니라 뇌의 통증 회피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이 초기에 개입하지 않으면 에스컬레이션, 즉 범행 수위가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경고한다. 캐나다 법심리학 연구소가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토킹 사건의 약 33.1%는 방치될 경우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며, 초기 신고부터 최초 폭력 발생까지의 기간은 평균 18개월이었다.



피해자가 알아야 할 것: 당신의 반응이 '신호'가 될 수 있다


스토킹 피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단 한 번의 반응'도 가해자에게는 보상이 된다는 것이다. 무시하다가 한 번 화가 나서 답장을 보내거나, 법적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직접 연락을 취하는 행위조차 가해자의 뇌에서는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보상'으로 처리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스토킹 피해 대응 지침도 피해자가 직접 소통을 시도하기보다 즉시 전문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혹시 지금 누군가로부터 반복적인 연락을 받고 있는가. 불쾌하지만 별일 아닐 거라 여기며 참고 있는가. 스토킹처벌법 개정 이후 국내에서도 스토킹 신고 건수는 2021년 대비 2023년에 51.8% 증가했다. 처음에는 작은 불편함처럼 느껴지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걷잡을 수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 당장 주변의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상황을 알리고, 증거가 되는 메시지나 기록을 남겨두는 것,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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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12 08: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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