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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누군가 명백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 주변의 비판이 쏟아진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우승은 우승이다', '내가 뭘 잘못했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선다. 이런 장면을 목격할 때, 우리는 속이 터지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에서 경기 도중 설사를 한 선수 베이언스가 비판 여론 속에서도 '우승은 우승'이라는 반응으로 화제가 됐다. 공동체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그의 태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의 심리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자기봉사적 귀인 편향(self-serving attribution bias)'으로 설명한다. 잘된 일은 자신의 능력 덕분이고, 잘못된 일은 외부 상황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인지적 패턴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 편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외부 피드백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이다.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1957년 제시한 이 개념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과 가치관 사이에 불일치가 생길 때 심리적 불편함을 경험한다. 그런데 이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이 두 가지다. 행동을 바꾸거나, 아니면 그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비판을 받고도 당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를 선택한다. '내 행동은 잘못이 아니다', '규정상 문제없다', '결과가 모든 것을 증명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함으로써 내면의 불편함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비판 자체에 무감각해지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비판에 과도하게 둔감한 반응의 배경으로 '자기애적 성격 특성(narcissistic personality traits)'을 주목한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진 트웬지 교수팀이 2023년 성인 2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자기애적 성향이 높을수록 사회적 비판을 자신을 시기하는 행위로 해석하는 비율이 일반인보다 약 67% 높았다. 비판을 성찰의 기회가 아니라 시샘으로 읽어버리는 셈이다.
그렇다고 비판에 당당한 모든 사람이 문제적인 것은 아니다. 심리학은 '건강한 자존감'과 '방어적 자기보호' 사이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한다.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비판을 들을 때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그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한다. 반면 방어적 자기보호가 강한 사람은 비판의 내용을 아예 처리하지 않고 차단해버린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로버트 나이트 교수는 이를 '감정적 정보 처리의 차이'로 설명한다. 뇌의 전전두엽이 비판적 자극을 정상적으로 처리하면 자기 성찰로 이어지지만, 위협으로 잘못 해석하면 편도체가 과활성화되어 방어 반응이 우선 작동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비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공동체 안에 있을 때 집단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사회심리학과 디크 빌더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공동체 구성원이 규범을 어기고도 제재를 받지 않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목격할 경우, 나머지 구성원들의 규범 준수 의지가 평균 4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깨진 유리창 효과'가 심리적 규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의미다.
하이록스 측이 선수의 행동을 묵과했다가 뒤늦게 규정을 바꾼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공동체의 기준이 흔들리면 구성원 전체의 신뢰가 무너지고, 그 피해는 결국 모두에게 돌아온다. 심리학적으로 건강한 공동체는 비판과 피드백이 작동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비판이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심리학자들은 '비판의 방식'에 주목한다. 공격적이거나 조롱하는 비판은 오히려 상대방의 방어 기제를 더욱 강화시킨다.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심리학과 제임스 페너베이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실은 비판보다 행동의 결과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짚는 피드백이 상대의 태도를 바꿀 가능성을 3배 이상 높인다.
당신 주변에도 비판에 꿈쩍 않는 사람이 있다면, 감정적 분노를 쏟아내기보다 '이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차분히 짚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명확한 언어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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