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재미없어" 코스피 떠나는 투자자들…‘손실 회피‘ 본능이 부른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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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국장 재미없어" 코스피 떠나는 투자자들…'손실 회피' 본능이 부른 탈출


한때 하루 50조 원이 넘게 오갔던 코스피 거래대금이 15조 원대로 뚝 떨어졌다. '국장은 답 없다'는 말이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미국 주식 앱 알림에 손이 먼저 가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왜 사람들은 한국 증시를 그토록 빠르게 등지는 걸까.


단순히 수익률 문제만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의 뒤에 인간의 뇌가 손실을 처리하는 독특한 방식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재미없다'는 감각 자체가 사실은 강력한 심리적 신호라는 것이다.



손실 회피 본능: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이 2배 더 크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인간이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약 2.5배 더 크게 느낀다는 사실을 밝혔다. 10만 원을 버는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는 고통이 훨씬 강렬하다는 뜻이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횡보를 반복할수록, 투자자들의 뇌는 수익이 없다는 사실을 마치 '손실'처럼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 왜곡된 감각이 '재미없다'는 말로 표현된다. 실제로 돈을 잃지 않았어도 기회비용을 손실로 치환하는 순간, 뇌의 편도체는 위협 신호를 보낸다. 그 결과 투자자는 시장을 이성적으로 평가하기보다 감정적으로 피하게 된다.


2023년 미국 금융심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이 정체된 시장에 6개월 이상 머문 투자자의 68%가 이탈 직전 뚜렷한 '무력감'과 '지루함'을 보고했다. 이 지루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손실 회피 본능이 만들어낸 심리적 경보 신호였다.



비교의 함정: '남들은 다 버는데 나만 못 번다'는 착각


코스피 이탈을 가속화하는 또 다른 심리 메커니즘은 '사회적 비교'다. 로버트 치알디니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정립한 사회적 증거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일수록 타인의 행동을 준거로 삼아 결정을 내린다. 커뮤니티에서 미국 주식으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쏟아질수록, 한국 시장에 남은 자신이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 감각은 자기중심 편향과 결합해 더욱 강해진다. 남이 이익을 낸 사례는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고, 손실을 본 사례는 자연스럽게 무시된다. 결국 '나빼고 다 버는' 세계라는 왜곡된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한국 증시를 떠나야 한다는 확신이 굳어진다.


여기에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5%를 넘어서면서 '안전한 곳에도 수익이 있다'는 신호가 더해졌다.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줄어드는 만큼, 불확실한 시장에서 버티는 심리적 에너지도 빠르게 소진된다.



도파민과 투자: '재미없는 시장'이 뇌를 더 빨리 지치게 한다


워릭 대학교 심리학과 앤드루 오스왈드 교수 연구팀이 202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불확실하지만 보상 가능성이 있는 환경은 도파민 분비를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주가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는 긴장감 자체가 뇌에게는 일종의 자극이다. 그런데 코스피처럼 등락 폭이 좁고 방향성 없이 횡보하는 장세는 이 도파민 보상 회로를 아예 작동시키지 않는다.


뇌가 보상을 기대하지 않게 되면 투자자는 극도의 무기력함을 느낀다. 흔히 '지쳤다'고 표현하는 바로 그 상태다. 이는 의지 부족이나 투자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보상 체계가 무너졌을 때 뇌가 보내는 철수 신호다.


실제로 주식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한 연구에서, 6개월 연속 수익률 0% 전후를 기록한 투자자들의 77.3%가 '시장에 대한 흥미 상실'을 이탈 결정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수익 손실보다 '재미 손실'이 먼저였다.



뇌가 시키는 대로만 따르지 않기: 지금 내 결정, 감정인가 판단인가


물론 국내 증시를 떠나는 선택 자체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심리학자들은 그 결정이 '손실 회피 본능'이나 '사회적 비교'에 의해 충동적으로 이뤄지는 건 아닌지 먼저 점검해 볼 것을 권한다. 감정이 만들어낸 결정과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결정은 결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한 가지 작은 방법이 있다. 투자 결정을 내리기 직전, 종이 한 장에 '지금 내가 불안한가, 아니면 이 판단이 논리적으로 맞는가'를 손으로 써보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이름 붙이기(affect labeling)'라고 하는데, 글로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 편도체 활성화가 줄어들고 전두엽의 이성적 판단 능력이 되살아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 공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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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17 08: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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