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이의제기했다가 ‘인종차별 폭격‘…흑인 여성 선수들이 더 많이 표적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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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이의제기했다가 '인종차별 폭격'…흑인 여성 선수들이 더 많이 표적이 되는 이유
  • 기사등록 2026-10-13 11: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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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이의제기했다가 '인종차별 폭격'…흑인 여성 선수들이 더 많이 표적이 되는 이유


[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판정 이의제기했다가 '인종차별 폭격'…흑인 여성 선수들이 더 많이 표적이 되는 이유


경기 중 억울한 판정을 받았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그런데 같은 행동을 해도 누군가는 '당당한 선수'가 되고, 누군가는 '버릇없는 선수'가 된다. 최근 테니스 코트에서 벌어진 사건이 그 불편한 진실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중국 선수를 상대로 판정에 이의를 제기한 흑인 여성 테니스 선수가 온라인에서 인종차별적 표현을 담은 폭언 세례를 받았다. 선수 본인은 '흑인 여성 선수들이 악의적인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왜 유독 이들이 더 많이, 더 가혹하게 표적이 되는 걸까. 심리학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이중 낙인의 심리학: 여성이면서 흑인이라는 두 겹의 편견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교차성 편견(intersectional bias)'으로 설명한다. 흑인 여성은 '흑인'이라는 인종적 편견과 '여성'이라는 성별 편견을 동시에 받는다. 단순히 두 편견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며 훨씬 강력한 낙인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킴벌리 크렌쇼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과 교수가 1989년 제시한 교차성 개념은 이후 심리학 연구에서도 반복적으로 검증됐다. 2020년 국제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항의 행동을 했을 때 흑인 여성은 백인 남성보다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약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기 도중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는 스포츠에서 흔한 일이다. 그러나 그 행위를 '누가 했느냐'에 따라 대중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행동도 흑인 여성이 하면 '도를 넘은 것'으로 해석되는 인지적 왜곡이 작동하는 것이다.



온라인 폭언이 집단적으로 쏟아지는 이유: 익명성과 탈억제 효과


판정 이의제기 하나가 어떻게 수천 개의 인종차별 댓글로 폭발하는 걸까. 심리학자 존 설러 미국 라이더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온라인 탈억제 효과(online disinhibition effect)'로 설명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현실에서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도 거침없이 내뱉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군중 심리(mob mentality)'가 결합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2022년 소셜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온라인 집단 공격이 시작되면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던 참여자들도 기존 댓글의 수위가 높을수록 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밝혔다. 처음 폭언을 시작한 사람보다, '이미 다들 하고 있으니까'라는 심리로 가담한 사람들이 피해를 키우는 구조다.


특히 스포츠라는 공간은 '우리 팀 대 상대 팀'이라는 강한 내집단·외집단 구분을 만들어낸다. 국가 대항 구도가 형성되면 상대 선수에 대한 공격이 애국심으로 포장되기 쉽고, 인종차별적 표현도 '열정적 응원'의 탈을 쓰고 퍼져나가게 된다.



흑인 여성 선수에게 더 혹독한 기준: 앵그리 블랙 우먼 고정관념


심리학에는 '앵그리 블랙 우먼(Angry Black Woman)' 고정관념이라는 개념이 있다. 흑인 여성이 감정을 표현하면, 동일한 감정 표현을 한 다른 인종·성별에 비해 훨씬 더 '공격적', '위협적'으로 인식된다는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이다.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가 심판에게 항의했을 때 전 세계가 들끓었던 것도 이 구조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9년 스탠퍼드대 사회심리학 연구팀이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동일한 항의 장면 영상을 보고도 흑인 여성 선수가 나오는 버전에서만 '과잉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백인 여성 선수나 흑인 남성 선수가 동일한 행동을 할 때는 '정당한 이의제기'로 분류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 고정관념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더 교묘하고 위험하다. 본인 스스로는 편견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흑인 여성의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더 부정적인 딱지를 붙이는 '암묵적 편견(implicit bias)'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 반복된 연구 결과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온라인 인종차별 폭언은 특정 국가나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역시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 외국 선수의 행동에 무심코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 선수는 왜 저렇게 과격해?'라는 생각이 스쳐갔다면, 그 선수가 다른 인종이나 성별이었어도 같은 감정이 들었을지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다.


심리학자들은 암묵적 편견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의식적 관점 전환(perspective-taking)'을 꼽는다. 즉, '저 선수가 내 가족이라면 이 댓글을 읽었을 때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는 연습이다. 댓글을 달기 전 단 3초만 멈춰서 그 질문을 던져보는 것,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고도 강력한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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