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면 빚내 사고 또 샀는데"… 손실 앞에서도 못 파는 나,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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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편집부 ]


"떨어지면 빚내 사고 또 샀는데"… 손실 앞에서도 못 파는 나, 왜 그럴까?


주가가 내려갈수록 오히려 더 사고 싶어진다. 이성적으로는 '지금 팔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르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 잔액이 33조 700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도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이 현상, 단순한 투자 실수가 아니다. 인간의 뇌가 손실에 반응하는 방식이 만들어낸 심리적 함정이다.



손실이 이익보다 두 배 더 아프다: 손실 회피 편향의 함정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1979년 아모스 트버스키 교수와 함께 발표한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서 인간이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손실에 약 2.25배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이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은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국면에서 매도를 망설이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다. 손실을 확정짓는 행위 자체가 심리적으로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뇌는 '팔지 않으면 아직 손실이 아니다'라는 착각을 만들어낸다. 장부상의 손실은 실제 손실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착각이 손실을 더 키운다는 데 있다. 팔지 않는 동안 주가는 계속 내려가고, 결국 버텨낸 시간만큼 손실 규모도 불어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처분 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른다. 이익이 나는 주식은 빨리 팔고, 손실이 나는 주식은 끝까지 보유하는 비합리적 패턴이다.



빚내서 주식 사는 뇌: 도박사의 오류와 확증 편향


주가가 떨어질수록 오히려 더 매수하고 싶어지는 심리도 뇌의 인지 오류에서 비롯된다.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연속으로 나쁜 결과가 이어지면 '이제 곧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동전을 던져 열 번 연속 앞면이 나왔을 때 다음에는 반드시 뒷면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른바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다. 주가가 계속 내려가면 '이 정도면 바닥이겠지', '이제 반등할 때가 됐다'고 확신하며 신용 융자까지 동원해 주식을 사들이게 된다. 여기에 더해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작동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지지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 신호는 무시하게 된다.


2023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이 성인 투자자 84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손실 국면의 투자자 중 68.3%가 매도보다 추가 매수를 택했으며, 이들의 최종 손실 규모는 매도를 선택한 집단보다 평균 41% 더 컸다. 감정이 판단을 앞질렀을 때 치러야 하는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패닉 장세가 무서운 진짜 이유: 군중 심리와 감정 전염


개인의 심리만이 문제가 아니다. 급락장에서는 '군중 심리(Herd Behavior)'가 함께 작동하며 시장 전체를 공황 상태로 몰아간다. 엘리아스 페르디난드 슈바이처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 행동경제학 교수는 주가 급락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타인의 매도 행동을 보고 자신도 덩달아 매도에 나서는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 현상을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주가가 폭락하면 뉴스 피드는 온통 비관적인 전망으로 가득 찬다. 댓글창과 주식 커뮤니티에는 공포와 분노가 뒤섞인 글들이 쏟아진다. 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뇌는 공포 신호를 처리하는 편도체(Amygdala)가 과활성화되고,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억제된다. 한마디로 극도의 불안 상태에서 인간의 뇌는 합리적 사고가 어려워진다.


키움증권이 언급한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항복 매도'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버티고 버티다 더 이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최저점 근처에서 모든 것을 내던지는 '패닉 셀링(Panic Selling)'은 손실 회피 편향이 역설적으로 만들어내는 최악의 결말이다.



투자 심리를 다스리는 법: 감정과 판단을 분리하는 연습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자들은 먼저 '사전 결심(Pre-commitment)' 전략을 권한다. 주식을 살 때부터 '몇 퍼센트 손실이 나면 무조건 판다'는 원칙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감정이 개입되기 전에 이성이 결정을 내려두는 방식으로, 손실 회피 편향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투자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공포가 극대화된 순간의 판단은 뇌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고 싶다면, 잠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깊은 호흡을 몇 번 해보자. 편도체의 반응을 진정시키는 데 단 2분이면 충분하다는 연구도 있다.


폭락장에서 내 손이 떨린다면,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수십만 년간 생존을 위해 진화해온 인간의 뇌가 정확히 설계된 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감정과 판단 사이에 조금 더 넓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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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10-16 08: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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