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진

본 책의 저자 올리버 색스는 과학계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린다. 그는 뇌기능 장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뇌의학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일상의 불편을 겪는 경증 환자부터 격리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중증 환자까지, 신경의학자로서 살아오며 만나게 된 환자들에 대한 임상적 기록을 문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는 그의 책이 시와 소설, 춤, 연극 등 다양한 예술적 분야에서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단순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호기심과 관심으로 시작했다가 위로와 감동,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느끼며 책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은 병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이다. 오랜 시간동안 그의 책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신경장애라는 전문적 분야를 다루면서도 이웃에 대한 관심과 이해, 배려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학자로서의 전문적 식견과 따스한 휴머니즘, 인간 존엄에 대한 애정과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사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당연하고도 본능적인 감정이다.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 상식에서 벗어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많은 이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며 기피대상이 되고는 한다.
더욱이나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병과 싸우는 이들은 이해받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괴팍한 성격과 돌발적인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웃이 오히려 관심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비록 알지 못하는 작은 뇌의 손상이 각각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대하고 두렵지만 그는 인간의 정신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잃지 않으며, 어렵기만 한 전문 분야의 지식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서 사회의 의식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물론 나의 삶 하나를 버텨내는 것도 힘든 이 시대에, 이해하기 쉽지 않고 나를 힘들게 만드는 사람들을 애정으로 살피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에 배려와 이해와 사랑이 더욱 더 요구되는 시대가 아닐까.
신경질환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환자들 또한, 그들 각자가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일깨워나가기 위해 노력하며 어려운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가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간다. 올리버 색스는 그 모든 환자들에 대하여 따뜻한 응원과 위로를 보내고 있다.
시각 인식 불능증, 음색 인식 불능증, 역행성 기억상실증 등 가장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그의 책을 통해 인간 존엄성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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