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현
[한국심리학신문=엄정현]
박주용, <심리학개론>
시키지 않아도 하는 사람, 시켜도 하지 않는 사람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 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동기’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목표가 없는 경우가 있는가? 하다못해 여름의 한가한 주말 오전 느지막한 시각, 잠옷 차림과 부스스한 머리로 냉장고를 향해 가서 냉수를 마시는 것도 ‘목마름의 해소’라는 생리학적 안정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동기들을 지니고 있다. 호기심을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와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안정감을 얻으려는 동기, 무엇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 그리고 죽음 앞에서 마주하는 여러 실존적인 동기들이다. 이러한 다양한 동기들이 있고, 그 동기들은 우리가 학창 시절 공부를 대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쳐 왔다. 누군가는 진정으로 궁금한 것이 있어 해당 과목을 공부했을 수도, 누군가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공부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각자의 이유의 ‘종류’와는 별개로, 왜 누군가는 공부를 자발적으로 하는 반면, 누군가는 시켜도 하지 않는 것일까.
자기결정 이론이 말하는 우리의 동기
Ryan과 Deci의 자기결정 이론에서 자율성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욕구 중 하나이다. 이는 어떤 행동을, 자신의 선태에 의해 하는 정도를 가리킨다. 그리고 이 자율성의 수준은 가장 낮은 무동기로부터,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의 순서대로 높아진다. 무동기는 과잉 통제 혹은 자기 효능감 결여로 인해 생기는, 그야말로 아무런 자율성이 없는 상태이다. 외적 동기는 그 활동을 하는 목적이, 그 활동 자체라기보다는 돈이나 칭찬 같은 결과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발적으로 배우고, 주변 환경과 교류하며 여러 정보를 통합하고 조직하여 내면화하는 내적 동기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나타낸다.
내 동기의 수준은 변하기도 한다
사람은 삶을 살아가며 어떤 행동에 대한 자율성의 수준이 변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처음에는 공부를 단지 “해야 하니 싫어도” 했었는데, 점점 가면 갈수록 그것 자체가 즐거워져 자발적으로 이를 행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부나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그들에게 당근이나 채찍과 같은 외적 동기로 그런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은 외적 규제의 단계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오르면 선물을 받는 등의 사례일 수 있겠다. 그런 단계를 거치며 누군가는 이 활동을 하면 스스로의 가치가 높아지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하지 않으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낮아지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아지는 단계, 즉 내적 규제의 단계에 접어들기도 한다. 이보다도 더 자율성이 조금 더 높아지면, 현재 가지고 있는 외적 동기가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단계인 통합 단계에 이르게 된다[2].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누구나 처음에는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오늘 이 글에 따르면 외적 동기에 의한 활동일 것이다. 하지만 연구는 우리의 뇌와 몸이, 언제까지나 이것에 불행과 거부감만 느끼기보다는, 그 속에서도 가치를 찾고, 끝내는 그 가치에 우리를 맞추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음을 말한다. 물론 그 가치가, 가령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은 것들이, 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지는 각자가 판단해야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우리는 무엇이든 적응하고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1. The All-Work, No-Play Culture Of South Korea Education. [NPR]. (2015). https://www.npr.org/sections/parallels/2015/04/15/393939759/the-all-work-no-play-culture-of-south-korean-education
2. 박주용. (2021). 심리학개론.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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